이미지 크게보기 김호웅 기자

익히 알려져 있듯이 우리나라 국보 1호는 남대문, 보물 1호는 동대문이다. 그럼 천연기념물 1호는 무엇일까? 왠지 자태가 고고한 백로나 기암절벽 위에서 굽이친 소나무일 것 같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측백나무다.

천연기념물 최초 지정 당시 중국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졌던 측백나무가 한반도에서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돼 보존가치가 높아 지정했다고 한다. 대구 도동에 위치한 측백나무 숲이 천연기념물 1호이며 단양과 영양, 안동에 위치한 측백나무 숲도 각각 천연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다.

측백나무는 마치 손바닥처럼 작고 납작한 잎이 한쪽 측면으로만 자라는데, 다른 나무들이 햇볕을 쬐기 위해 동쪽이나 남쪽을 향하지만 오로지 측백나무만은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한다. 그래서 잎이 나는 모습과 해를 따르지 않고 절개를 지닌 나무에 백(白)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관행에 따라 측백(側柏)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이런 특징은 측백나무의 약리적 효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서쪽(西方)과 백색(白色)은 오행 속성상 금(金)에 해당해 인체에서 하강과 수렴, 응축의 작용을 한다. 약용할 때는 잎과 씨앗을 주로 사용하며, 각각 측백엽(側柏葉), 백자인(柏子仁)이라고 한다.

측백엽은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苦) 떫어서(澁) 과도한 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특히 줄기처럼 뻗는 잎이 모세혈관과 기관지를 닮아, 혈분(血分)의 열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출혈을 잡아주고 열로 인해 찐득해진 기관지 점막을 식혀 기침과 가래에 좋다.

또한 열이 머리로 몰려 두피가 건조해지고 모발이 가늘어지는 탈모에도 측백엽이 양호한 효과를 발휘한다. 피톤치드 성분도 함유돼 항균·항바이러스의 작용도 한다. 화상으로 인해 피부가 짓무르고 물집이 잡힌 경우에도 열을 식히고 새살이 돋도록 돕는다.

참고로 백자인은 씨앗의 특성상 측백엽에 비해 응축하는 작용이 더 강하다. 여기에 단맛과 풍부한 정유 성분이 더해져 과로와 노화로 인해 소모된 체액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심장에 작용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며 건망증과 불면이 있는 경우, 심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심박수를 조정하고 불안감을 해소한다. 더불어 지방성분은 장관을 부드럽게 해서 노인 및 산후의 변비에도 효과적으로 쓰인다. 가루를 내어 한 숟갈씩 물에 타서 복용하는데, 산조인(酸棗仁, 멧대추 씨)과 효능이 유사하여 함께 복용하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측백엽은 가을에 어린 가지를 채취하는데 잎이 많고 가지가 적은 것이 좋다. 깨끗이 씻어 그늘에서 말린 후 보관한다. 탈모나 기관지염 또는 열을 식힐 경우에는 날로 먹고 출혈을 방지하려면 팬에 측백엽을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강하게 볶아서 사용한다. 차로 마실 때는 물 2ℓ를 끓인 후 손질된 측백엽 20g을 넣고 불을 줄여 물의 양이 절반이 되게 뭉근하게 달이면 된다. 큰 독성은 없지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위를 상하게 하거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크기의 컵으로 하루 석 잔이 적당하다.

유창석 차서레시피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