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서 ‘北 = 노예국가’ 규정

“인권 문제 좌시않겠다” 신호
“中, 北 변화 불가피 인식해야”
北核동결 아닌 ‘폐기’ 못박아

미국 공화당이 18일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북한을 ‘노예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의 정강 정책을 채택하면서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차기 행정부는 북한에 강력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화당은 북한의 핵 포기 압박과 핵 위협에 대한 강력 대응 등을 언급,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한 대북 압박 노선을 예고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정강 정책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대한 책임을 묻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를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핵 폐기(CVID)’를 정강에 아예 못 박은 것으로, 북한의 핵 동결이 아닌 폐기가 정책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CVID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간헐적으로 사용된 용어로, 공화당 차기 행정부는 최소한 현재의 대북정책에서 크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화당이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맞설 것을 다짐한다”고 밝힌 대목은 북한 도발에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화당이 북한을 ‘노예국가’로까지 규정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 인권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화당은 “북한이라는 노예국가는 변화가 불가피하며, 핵 재앙에 대항하고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중국이 인식해야 한다”고까지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오는 11월 집권하게 되면 북한 인권 문제를 더욱 강도 높게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것과 맞물리면서 북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화당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제기한 한국의 방위비분담 증액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의 주장은 정강 정책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화당이 전반적으로 대북정책에서는 더욱 강경하지만, 한국 등 동맹과의 관계는 매우 중시하는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한반도 정책 기조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도 2012년과 비슷한 기조였다. 다만, 이번에는 환태평양 국가들을 동맹·비동맹으로 구분하면서 한국을 동맹 범주에 넣었다.

클리블랜드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