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학교주변 소규모 자영업자들
“지원은 별로 없고 장사 안돼”
지정 업소도 감소세 ‘유명무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행하고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 제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면서 학교 근처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분식점, 빵집 등 가게 주인들은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되면 이미지도 좋아지고, 어린이 건강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인증을 받았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정부가 탄산음료나 생크림빵 등을 팔면 인증이 취소된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고 나중에 인증을 번복하는 바람에 마음의 고통만 겪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그린푸드 존(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에서 기호식품을 파는 가게 가운데 ‘고열량·저영양 등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않고 위생이 청결한 곳’이 선정된다. 2009년 식약처에서 도입한 제도로, 주로 초등학교 근처 구멍가게나 분식집들이 대상이다. 우수판매업소 지정 및 관리 권한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그러나 우수판매업소 제도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식약처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우수판매업소 지정률은 10%를 넘지 못했다. 2013년 3895개에서 지난해 2698개로 숫자도 크게 줄었다. 특히 지자체에서 업주에게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될 경우 지켜야 하는 사항 등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업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정해 가게 주인이 취소 신청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여·52) 씨는 “전에 구청 직원들이 나와서 위생상태 등을 둘러보고는 ‘우수판매업소로 지정하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는데, 1년도 더 지난 뒤에 ‘메뉴판에 탄산음료를 판매한다고 돼 있으니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됐는지, 어떤 것을 팔면 안 되는지 등 아무것도 안내해주지 않았다”고 황당해했다. 서초구의 한 팥빙수 전문점 업주는 “우수판매업소로 지정돼 좋은 점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인기 있는 군것질거리 판매를 포기하니까 장사만 안 된다”고 털어놨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정한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범위가 너무 넓고, 우수판매업소가 돼도 시설 개보수 비용 일부 지원 외에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식품은 팔지 못하는데 손해를 보충해 줄 지원 프로그램은 없으니 업주들 입장에서는 우수판매업소 지정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