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시작되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으로 올여름은 더욱 뜨거울 것 같다. 큰 경기일수록 늘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도핑(doping)이다. 인위적으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금지약물을 투약하는 행위를 도핑이라고 하는데, 운동선수들의 경우 현재까지 200여 종의 약물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육상계의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지속적인 도핑 테스트 은폐 시도가 내부에서 고발돼 파문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박태환 선수가 재작년 국제수영연맹이 불시에 진행한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는 등 도핑 스캔들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헤드셋 장비로 뇌를 자극해 경기력을 높여 준다는 이른바 ‘브레인 도핑(brain doping)’ 실험이다.

브레인 도핑이란 지구력이나 순발력을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위에 전자기 자극을 가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보도에 따르면 “운동선수들이 모든 힘을 쏟고 있다고 생각할 때에도 사실 뇌는 과부하를 막기 위해 힘의 여유분을 남겨 놓으면서 작동하는데, 브레인 도핑은 이런 여분의 능력까지 최대한으로 쓰도록 뇌를 자극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올림픽 대표팀 스키점프 선수 7명이 브레인 도핑 실험에 참가했다. 4명은 1주일에 4번씩 헤드폰처럼 생긴 브레인 도핑 장비를 착용한 채 점프 훈련을 했고 다른 3명은 평소대로 일반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불과 2주 동안의 실험 결과, 어떠한 약물 주입 없이도 브레인 도핑을 한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점프력이 70%, 균형감각이 80%나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금까지 소변이나 혈액검사로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적발해 왔는데, 브레인 도핑은 기존 생화학적 접근으로는 검사할 방법조차 없다. 요컨대 인간지능(Human Intelligence)의 학습·개발이 육체적 발달과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성취와 안녕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앎은 수시로, 동시에, 스스로 계통화(系統化·data mining)됐을 때만 구체적·실제적 지능(知能)으로 활용된다. 계통화되지 못한 모든 정보는 상황에 따라 소모되는 기분이거나 절제돼야 하는 감정일 뿐이다. 지금까지 지능이란 선천적인 학습능력의 제한된 조건에서 무수한 체험과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이 극복·증진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자율학습(deep learning)과 자동학습(machine learning)을 하듯이 인간지능(HI) 역시 선천적·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계통화해 인간 스스로 학습·입력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룰스 러닝(Rules Learning)’이라고 하는데, 이른바 ‘법칙성의 체득’이다. 단순히 개인의 능력 개발을 넘어 우리가 한 인간의 인품(人品)·인격(人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회성의 영역까지도 특정 알고리즘 회로의 원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을 확장해 본다면, 머지않아 브레인 도핑 테스트를 하듯 적성검사나 건강검진, 인사평가가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