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악인 조종훈 씨가 올해 초에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던 공연 무대에서 도자기 장구의 편을 손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복원기념 특별공연… ‘37세 무형문화재’ 조종훈씨

“요즘 국악 공연 현장을 찾아가 보면 서양음악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서양의 다양한 악기와 협연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악의 발전을 위해선 외국의 악기에 기대기 전에 묻혀 있던 우리 고유의 악기를 발굴하고 선보여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장구 연주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인 조종훈(37) 씨가 최근 옛 도자기 장구를 복원, 7월 1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의 ‘금요공감’ 무대에서 ‘조종훈의 고금 고(古今 鼓)’ 공연을 한다. 장구는 오동나무 울림통에 소가죽이나 말가죽의 편을 양쪽에 고정해 만든 우리 전통 악기다. 그러나 조 씨가 만든 도자기 장구는 울림통에 오동나무 대신 청자나 백자 도자기를 쓴 것이다. “2010년 무렵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부터 우리 도자기 장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수나라와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도자기 장구가 고려와 조선시대의 유적지에서 출토되고 있었고요. 중국 일부 소수민족은 실제로 아직도 도자기 장구, 즉 도고(陶鼓)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도자기 장구를 복원하기로 한 조 씨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예술인력육성사업에 공모해 선정됐고, 이후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유적지에서 출토된 도자기를 면밀히 연구하는 동시에 지난해 여름에는 중국 광시(廣西)성 구이린(桂林)시의 소수민족인 장족과 묘족 마을도 직접 방문, 악기를 살펴보고 연주법까지 배웠다. 그리고 경기 여주 도예촌에 공방이 있는 신철순 작가에게 의뢰해 도자기 장구를 다시 만들어냈다. 소리 울림의 중요한 요소인 도자기 울림통의 크기와 두께 등 전체적인 디자인을 조 씨가 했고, 여기에 신 작가가 문양을 빚은 후 가마에서 구워냈다.

“도자기 장구는 울림이 청아하면서 맑고 높은 소리를 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야금이나 생황과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내요. 또 우리나라처럼 날씨가 습한 곳에서는 울림통의 나무가 변형돼서 소리가 변할 수 있는데 도자기 장구는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이점도 있습니다.”

1일 열리는 공연에서 조 씨는 백자로 울림통을 만든 도자기 장구를 들고 나와 예전의 연주법 그대로 북채 대신 손으로 편을 두드린다. 지난 연초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던 첫 공연과 달리 이번에는 ‘고금고금’ ‘시간여행’ ‘리강’ ‘바다’ 등의 창작곡을 들려준다. 연주 도중에 조 씨가 직접 도자기 장구의 복원 과정을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