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안철수 지지도 지속 하락세
호남 의원들 이탈 전망도 제기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의당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당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미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데다 여러 갈래에서 합류한 당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신당의 고질병인 원심력도 커져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제3당으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조기에 반전시키지 못하면 당의 존립근거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안 대표도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대폭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4일 전국 유권자 2539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24.9%에 그쳐, 37.2%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12.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안 대표는 11.8%의 지지율로 총선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16.7%의 지지율로 23.1%를 기록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에게도 뒤졌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당 지도부의 지도력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은 호남 의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에서 호남 의원은 모두 25명으로 전체 38명의 60%에 이른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면 당 지도부의 지도력에 문제가 생기고, 의원들의 개인행동을 막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호남 민심의 변화는 대선을 앞두고 호남 의원들이 다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안 대표와 호남 세력이 결합해 탄생한 국민의당이 결국 다시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 의원들이 탈당하면 안 대표는 일부 측근과 비례대표 의원들만 남은 비교섭단체 소수 정당의 수장으로 대선 국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안 대표는 정치권 입문 이후 유지해 왔던 새정치 이미지에 결정적 타격을 입어 지지율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의 분열은 정치권 전반의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당의 호남 세력이 이탈하더라고 곧바로 더민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내 비노(비노무현) 세력도 다시 움직일 수 있고, 이런 야권 재편 움직임에 새누리당 의원들도 판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