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 데이 인 싱가포르’ 행사의 ‘에셜론 아시아 서밋(Echelon Asia Summit) 2016’의 한국관에서 한국 핀테크 기업이 해외 투자자에게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에셜론 아시아 서밋은 아시아 최대의 테크·비즈니스 스타트업 박람회다. 핀테크지원센터 제공

- (下) 해외서 ‘미래 먹거리’ 찾아라

베트남·印尼·미얀마·캄보디아…
성장 잠재력 큰 동남아에 집중
현지업체 M&A통해 빠른 정착

신한‘써니뱅크’ 베트남서 각광
하나‘원큐뱅크’ 中모바일 진출
우리, 캄보디아 대출업체 인수
NH는 中서 인터넷대출銀 계획

“해외 진출 전략을 과거 지점 위주에서 현지 은행 인수, 현지 법인 설립, 핀테크(Fintech)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진출 전략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은행의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한 간담회’에서 밝힌 은행들의 ‘생존 전략’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은행들이 ‘제로섬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 원장은 “세계 주요 은행은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초국적화 지수’가 30%대인 데 비해 우리는 6.9%(지난해 기준)로 낮은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의 장점인 모바일뱅킹을 적극 활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술을 접목한 모바일뱅킹을 내세워 해외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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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을 돌리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오프라인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 구축이 된 상태다. 2010년부터 빠르게 늘어난 해외점포 덕분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등 10개 은행의 해외점포(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포함) 수는 지난 2010년 128개에서 지난해 167개로 30% 이상 늘었다.

해외점포 자산규모는 2012년 말 690억 달러에서 지난해 882억 달러로 성장했다. 해외 점포 167개 중 70% 수준인 112개가 아시아 국가에 몰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제 은행들은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그리고 핀테크라는 ‘무기’를 들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해외 점포 진출이 그랬듯 모바일뱅킹을 통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 국가,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국가가 주 타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잠재 고객은 약 3억∼3억5000만 명에 달하며, 이들 국가의 금융 이용률은 평균 30%에 그칠 정도로 확장성이 크다. 수익성도 검증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국내와 베트남에서 동시에 모바일 전문 플랫폼 ‘써니뱅크’를 전격 출시했다. 베트남에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두고 HSBC와 다투고 있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4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을 정도로 주력 무대다.

써니뱅크는 출시 4개월 만에 베트남 현지에서 2만여 명의 회원 수를 달성했다. 현지 영업점 채널이 적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핀테크를 적극 활용, 현지 맞춤형 대출 상품 등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써니뱅크는 또한 신용카드, 대출 등 모바일 금융서비스는 물론 현지인의 관심도가 높은 한류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핀텐츠(Fintech + Contents)’ 사업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라인페이’(간편결제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라인페이 ATM 환전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수익을 전체 4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달 중국 내 외국계 은행 최초로 모바일뱅크 ‘원큐뱅크(1Q Bank)’를 출시했다. 점포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모바일뱅크를 통해 리테일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원큐뱅크는 KEB하나금융그룹이 해외 현지 리테일 영업과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영업 강화를 위해 그룹의 핀테크 역량을 집약해 개발한 글로벌 리테일 영업지원 플랫폼으로 지난해 1월 캐나다법인 출시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현지인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원큐뱅크에 가입할 수 있도록 6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메신저 서비스 ‘웨이신’과 제휴를 맺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방글라데시, 일본, 인도, 홍콩 등에 모바일뱅크인 ‘위비뱅크’를 출시했다. 해외 진출에 맞춰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로 위비뱅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지난 1월 중국 공소그룹유한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 중 인터넷대출은행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은행들의 해외진출 영역이 점포에서 모바일은행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핵심 키워드는 여전히 ‘현지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국내 기업이나 교민을 상대로 한 영업에만 국한됐던 게 사실”이라며 “현지화 개념이 등장한 지도 몇 년이 채 되지 않았고 현지 은행은 물론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지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법인 형태로 확장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 현지 은행과 차별화된 규제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993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신한은행의 경우 ‘외국계 은행 2위’ ‘현지인 이용률 90%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이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현지에 정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대폭 축소하고, 현지 기업이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네트워크가 탄탄해지면, 모바일 플랫폼이나 핀테크 기술을 내세운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소액대출 1위 업체인 ‘프라삭’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지난 5월에는 필리핀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저축은행인 웰스디벨롭먼트뱅크 투자 건을 최종 승인받았다. 국내 은행이 해외 저축은행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웰스디벨롭먼트뱅크 지분 51%를 확보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2014년에는 캄보디아 소액금융회사인 말리스를,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소다라 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특히 현지 2금융권 금융사의 경우 현지 고객들에 대한 ‘알짜배기’ 정보를 가지고 있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와 센트라타마내셔널뱅크를 잇달아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