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일자리 없나 23일 대전 서구 둔산동 서구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중·장년층 대상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안내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대전 서구청 제공

低물가·低성장·노동시장불안
글로벌 환율전쟁도 위협 요인

작년 해외매출 7.4%나 줄어
“수출 늘 것” 전망은 10%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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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의 하반기 경기 전망이 예상보다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흐름 방향성이 불확실하다 보니 설비투자나 채용을 늘리지 않는 등 보수적 경영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24일 문화일보의 30대 그룹 설문에 따르면 내수와 실물경기 흐름, 수출 전망 등에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상반기에 극심한 내수 부진이 이어진 상황에서 민간 소비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50.0%였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도 40.0%였다.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은 10.0%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내수침체(40.0%)’를 하반기 가장 큰 대내 리스크(위험)로 꼽았다. 이어 금융시장 불안(16.7%), 저물가·저성장(16.7%), 인력 구조조정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불안(10.0%) 순이었다.

해외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53.3%)는 기업들의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꼽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이날 발표한 ‘중국의 선택’ 보고서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중 수출 비중은 4위지만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GDP의 50%를 수출에서 얻고 전체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향한다. ‘환율전쟁 등 글로벌 금융 불안(33.3%)’도 중국 경제 다음의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수출 전망도 밝지 않았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와 비슷한 상태로 고전할 것(80.0%)’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았다. ‘다소 감소(6.7%)’와 ‘크게 감소(3.3%)’까지 더하면 부정적인 전망이 90%에 이른다. 수출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10.0%에 그쳤다.

기업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022개 계열사의 지난해 해외매출은 전년보다 47조2000억 원(7.4%)이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30대 그룹의 하반기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지배적이면서 설비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중에서 설비투자를 다소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7개사(23.3%)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비슷한 규모로 진행할 계획(56.7%)이라는 기업이 가장 많았고, 다소 줄이겠다는 기업이 5개사(16.7%)였다.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30대 그룹 투자계획 조사에서는 지난해(116조6000억 원)보다 5.2% 많은 122조여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투자는 하반기에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도 쉽지 않고 고령화와 가계 부채 등으로 내수도 어려워지는 등 우리 경제의 양축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물건이 안 팔리는데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꺼릴 수밖에 없고 고용도 늘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배 부원장은 이어 “지금과 같이 외부 요인이 경제 활동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선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이 동반돼야 ‘턴 어라운드’의 기회가 생긴다”며 “추가경정예산, 금리 인하, 규제 완화 분야 등에서 과감한 수준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승배·이근평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