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얼굴이 공개된 수락산 살인 피의자 김학봉.

경찰 ‘들쭉날쭉’ 공개기준 통일

사체 훼손·범죄예방 효과 등
객관성 확보 체크리스트 개발
지방청 심의위서 결정하기로

증거충분 땐 영장전 공개가능
정신질환자 범죄는 신중 검토

지난 3일 경찰은 서울 노원구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61) 씨의 신상과 이름을 공개했다.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증거도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경찰은 14일 경기 의정부시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45) 씨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얼굴도 마스크로 가려줬다. 이를 두고 “경찰의 신상 공개 기준이 너무 들쭉날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경찰이 통일된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기준을 마련해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경찰청은 살인과 약취유인, 인신매매, 강간 등 특정 강력범죄로 규정된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이날부터 새롭게 적용한다고 밝혔다. 신상 공개 판단 기준이 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고, 공개 결정도 일선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 단위에서 내리기로 했다. 체크리스트는 △사체를 훼손하거나 토막 내는 등 잔인성이 있는지 △사망 등 큰 피해가 발생했는지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범죄 예방 등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지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체크리스트의 기준을 토대로 각 지방청에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할지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종전에는 심의위를 일선 경찰서 단위에서 운영, 판단 기준이 경찰서마다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경찰은 또 심의위에 외부 전문가를 3명 이상 참여시켜 의견을 받기로 했다.

공개 시기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를 원칙으로 했다. 피의사실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온 이후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경찰은 다만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미 실명이 공개된 피의자의 경우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면 구속영장 발부 전이라도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결정이 내려지면 언론에 공지하고, 피의자가 경찰서를 출입하거나 현장검증 등을 위해 이동할 때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다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는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신질환자 범죄는 처벌과 동시에 치료 대상임을 고려해 진료 기록과 전문의 등의 의견을 종합,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상을 공개했을 때 피의자 가족이나 주변인에게 2차 피해가 갈 우려가 있는 경우, 아동학대 범죄나 성폭력범죄 등 특례법상 제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신상이 공개안된 사패산 살인 피의자 정모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