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인력 투입 압수수색
‘포스코 장기수사’ 반면교사

검찰이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 이례적으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기업 죽이기’ 여론이 불기 전에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롯데그룹 수사와 관련해 2차례에 걸쳐 500명 상당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계열사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인지사건을 전담하는 중앙지검 3차장 산하 수사 인력 대부분이 부서 구분 없이 최근 압수수색 등에 투입됐다. 대규모 인력 투입으로 일각에서 제기된 ‘저인망식 수사’란 비판에 대해 검찰은 “장기간의 내사를 통해 확보한 한정된 범죄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으며, 롯데 측이 경영에 급하게 필요한 자료에 대해 반환을 요청하면 즉시 반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상당한 양의 첩보를 수집한 만큼 주요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인력 투입은 ‘속전속결’ 수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들어갔지만 그 외 계열사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 등 혐의점을 중심으로 내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이 이번 수사를 두고 ‘국민 기업’ 여론을 펼 움직임이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내에선 “오는 7월 그룹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현재 99%에 달하는 일본계 회사의 지분을 낮추고 한국 국민들이 주주가 될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 늦춰지고 있다”는 내용의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롯데의 여론전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에선 지난해 포스코 수사를 반면교사 삼아 롯데그룹 수사 기한을 3개월 이내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