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76억 감소하지만 양보
안동·상주 등 재원 증가 수혜

부촌의 부를 덜어 빈촌에 나눠주자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에 부촌 가운데 하나인 경북 구미와 포항시 등이 선뜻 동참하고 나서 ‘선한 사마리아인 마을’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시와 군이 거두는 지방법인소득세 수입이 최근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 세수는 폭증한 데 반해, 법인이 없는 농촌 시·군의 세수가 감소세를 보이자 이 지방법인소득세를 공동세로 바꿔 도내 시·군들이 함께 거둔 뒤 나눠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분배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원이 된 시·군이 좀 더 가져가되 빈촌에도 상당 부분 배분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간 세수 불균형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의 악성 고리를 끊으려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부촌 시·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경상북도 시장, 군수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방안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경북 시·군의 이 같은 결정은 도내 대표적 부촌인 구미와 포항이 양보했기 때문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두 지역은 정부의 개혁 조치 이후 조정교부금으로만 줄어드는 세수가 각각 연간 47억, 76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방법인소득세가 공동세로 전환되면 두 지역 모두 여기에서 또 적지 않은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지방법인소득세의 경우 아직 공동세 전환에 따른 분배 방식이 결정된 것이 없어, 과연 얼마만큼의 세수 증감이 있을지 계산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조정교부금만 놓고 봐도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 조치가 이뤄진 뒤 경북도 내에서는 적지 않은 시·군 재정이 크게 늘어난다. 안동(51억1600만 원 증가 추정, 이하 모두 추정액), 상주(50억400만 원), 의성(42억100만 원) 등은 세수 증가 상위 3개 시로 꼽혔다.

물론 일부에서는 “부촌의 세를 덜어내기 전에 중앙정부의 세수부터 지방으로 이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현 구조에서는 특정 지역의 쏠림 현상을 초래해 이에 대한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올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해 쓰이는 조정교부금 분배 방식 개혁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개정을 위해 각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지방법인소득세의 공동세 전환이다.

사실 공동세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서울시에서 지난 2008년부터 자치구의 재산세 50%를 공동세로 활용하고 있다. 구청에서 걷는 재산세 50%는 서울시가 모아서 시내 전 구청에 고르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2015년 9335억 원이 이같이 공동세로 전 구청에 고르게 분배됐다.

박선호 기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