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인력양성소’된 평양과기大

北국제화 · 교류 목표로 설립
해외동포, 매년 수십억 후원
“졸업생들 核 개발 기여 우려”

대표적인 남북교류협력 사업 중 하나였던 평양과학기술대가 김정은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엘리트 인력을 배출하는 국책대학교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국과 해외 동포들의 ‘자금’이 다시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사회의 국제화 도모, 국제 학술 교류 등을 목표로 2001년 통일부의 남북협력사업 승인을 받아 2010년 개교했다. 설립 초기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북한 사회의 선진화를 바라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의 해외 동포 및 기독교 단체들이 중심이 돼 학교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매년 수십억 원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양과기대가 북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와 달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도발 야욕에 활용되거나 독재 체제를 위한 외화벌이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과기대 졸업생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명단에 포함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에 배치돼 핵과 미사일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북한 최고의 과학두뇌들”이라며 “북한 당국은 그들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관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과기대 졸업생 중 일부는 대남 테러를 자행해온 정찰총국의 지휘 아래 사이버 테러를 벌이고 있는 121국, 기술정찰조에 소속되거나 인민무력부 소속 대남해킹단 군부 110호 연구소와 전문 해커 요원 양성소인 414 연락소, 통일전선부 등 대남사이버 심리전 부서에 배치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영어와 과학기술에 능한 평양과기대 졸업생들이 해외 정보통신기업과 전속으로 계약을 맺고, 매달 1만 달러를 받고 프로그램 제작 사업을 진행하는 등 외화벌이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도 미 본토에서 흘러나간 후원금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사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평양과기대를 대북제재 명단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미국 본토에서 나가는 후원금 등의 돈줄을 차단하는 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