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통령 ‘축하 난’ 받은 국회의장 정세균(오른쪽) 신임 국회의장이 10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이원종(가운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받고 있다. 이 실장은 정 의장에게 오는 13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연설과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① 현역의원·전문가가 말하는 개선방안

우리나라 최고의 직업은 단연 국회의원이다. 성공한 법조인과 기업인, 방송인, 운동선수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한다. 일단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수백 개 산하기관과 기업체들의 축하 난이 쇄도한다. 이 축하 난은 공식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용차와 차량유지비 등 특권 수는 수백 개에 달하지만, 정작 입법의 질은 경쟁국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현역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은 이런 구태를 타파하기 위해 20대 국회 최대 과제로 ‘특권 폐지’와 ‘일하는 국회’를 꼽았다.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국회가 제 일을 하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이 국회의원이 회의에 무단 불참하면 그 회의 회의비 전액을 삭감하도록 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원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지 않으면서 세금만 축낸다는 오명을 받고 있다”며 “더 열심히 일하고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의 보좌관 수를 줄이는 대신 입법조사관을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보좌관과 비서 인턴 등 9명을 둘 수 있다. 김두관 더민주 의원은 “스웨덴은 국회의원이 개인보좌관을 두지 않는 대신, 의원연구모임 등에 대한 물적·인적 지원이 많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입법조사처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인원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캘린더 상시 국회’를 제안했다. 임시국회를 열 때마다 여야가 협상해 날짜를 정하지 말고, 아예 달력에 상임위와 본회의 날짜를 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국도 국회 열리는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일을 한다. 날짜를 정해놓지 않으면 현안이 터졌을 때마다 전 상임위를 세워놓고 여야가 싸우는 관행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지역구 행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관리에 치중하느라 정작 입법 임무는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다.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은 “회기 중에도 회의를 빠뜨리고 지역 행사에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 규칙으로 회기 중에는 공·사적인 일을 막론하고 지역구에 못 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상임위원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임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상임위원장만 봐도 관련 업무를 거의 다뤄보지 않은 3선 이상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또 상임위원장들이 임기 전후반 바뀌다 보니 전문성이 더욱 떨어져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3당이 최근 회동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복수 설치’에 합의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상설화·세분화·복수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국회의원은 입법가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가능한 한 모두 법안심사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희·김다영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