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영수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지난해와 올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있었다. 두 개정안은 정부에 대한 국회 통제의 강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거부권 행사에 대한 평가는 법리의 측면과 정치의 측면에서 모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개정안의 합헌성에 대한 평가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개정안이 정부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규정함에 따라 권력 분립에 위배돼 위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올해 개정안이 상시(常時) 청문회로 그 대상을 확대해 행정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은 옹색해 보인다. 정부는 국정조사위 활동을 위한 청문회는 합헌이지만, 상임위의 소관 현안을 위한 청문회는 위헌이라고 밝혔다. 행정부를 상대로 한 입법부의 최종 의사결정이 ‘본회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지만, 이미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국회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둘째, 거부권 행사의 배경에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제19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여당이 20대 국회에서는 제1당의 자리마저 놓쳤다. 지난해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인해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가 소집되자 여당 의원들이 불참함으로써 의사정족수 미달로 재의결이 무산됐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재의결이 행해질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할 경우 재의결이 부결된다. 그러나 당내 갈등 심화로 이탈표가 생기면 재의결이 통과될 것이고, 이는 박근혜정부에 매우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셋째, 법률안 거부권 행사의 시기가 미묘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19대 국회의 임기 종료 직전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19대 국회에서 재의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동 폐기를 주장함은 의도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도―본회의가 의사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자동 폐기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궁색한 논리다. 지난해의 경우는 부결시킬 의도로 불참한 것이 명백했고, 그렇기에 1년이 지나도록 본회의를 다시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본회의 소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위헌성을 주장했지만, 그 배후에는 국회의 통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력 분립의 측면에서, 강화되는 추세에 있는 행정권에 대한 통제도 강화돼야 한다는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정부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청문회로 인해 행정공무원이나 기업인 등이 본업에 충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특히, 그동안의 국회 행태를 볼 때, 기업을 상대로 한 다양한 압력의 수단으로 청문회와 증인·참고인 채택을 악용할 우려가 더 큰 것도 사실이다. 향후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어떤 정치적 대응을 보일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해 협치(協治)를 통해 해결될 수 있고, 해결돼야 할 과제다. 이번 거부권 행사가 여와 야, 국회와 정부의 극단적 대립 신호탄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협업과 협치를 이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많은 국민이 바라고 있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가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