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20일 인권위원회 접견실에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인권위의 성과와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인권위의 위상과 한계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오랜 권고, 인권개선을 위한 국민들의 열망을 토대로 김대중정부 때인 지난 2001년 5월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그해 11월 26일 출범한 독립적 국가기구이다.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준국제·준사법적 인권전담기구다. 인권위는 대통령 지명 4명, 국회 추천 4명, 대법원장 추천 3명 등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구제하고 관계기관에 개선을 권고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한다. 그러나 인권위의 조사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과 시정 권고가 그야말로 권고에 그칠 뿐 강제력이 없는 게 한계로 꼽히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국민이 국가권력기관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조사하여 구제하는 일을 합니다. 한 가지 밝혀둘 것은 인권 침해의 경우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을 때에만 관여하게 되며 사적인 영역으로부터 침해받은 경우는 구제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차별에 관한 피해는 국가기관을 포함해 민간 영역에서 받은 차별 피해가 모두 구제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내외국인 누구나 구제대상입니다. 또 법령이나 제도, 정책, 관행에 대해 인권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조사 연구해 개선, 시정하도록 국가기관 등에 권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인권위의 위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인권적 관점에서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소장에게도 의견을 제출하고, 행정 각 부처는 물론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에게도 정책권고를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역할에 비추어 보면, 장관급의 법률상 국가기관으로서는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현재 헌법상의 기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직이나 예산에 있어 일반 행정부처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고, 따라서 독립기구로서의 역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 여러 나라처럼 인권위를 헌법상의 기구로 만들어 조직, 예산 편성 등에서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하고, 인권위원장의 지위도 격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인도, 파키스탄, 네팔, 몽골 등의 나라에서는 인권위원장을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과 같은 급에서 임명하고 있습니다. 또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인권위원의 첫 임기가 통상 5년 내지 8년 정도의 장기로 정해지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등에서 의장으로 선임되기 위한 조건으로 잔여 임기가 2년 이상 남아 있어야 함을 규약으로 정해 놓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3년 임기에 1회 연임 가능하지만 외국에 나가선 3년 임기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1년이 지난 뒤에는 자격이 없어 의장에 입후보도 못 합니다. 3년 임기로는 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고, 기관의 독립성에도 나쁜 영향을 주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