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뇌 26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행사 도중 생각에 잠겨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총장‘대선출마’시사

여권내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
野 경쟁구도에도 변화 가능성

충청출신‘통합의 시대’ 강조
계파·동서통합 계기될지 관심

관료출신 정치경험 전무‘한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 반가량 남은 19대 대통령 선거의 상수(常數)로 등장했다. 반 총장은 25일 관훈클럽 간담회를 통해 대선출마를 시사하기가 무섭게 4·13총선을 통해 대권주자들이 거의 전멸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했고 야권의 대권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반기문 대망론’ 자체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에서 비롯된 만큼 반 총장의 등장이 한국 정치에 어떤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반 총장이 밝힌 대권 관련 메시지는 통합이다. 현재의 정치권이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특징 지어지고 그것을 치유하는 정치가 필요하며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더구나 반 총장이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등장 자체가 지역·이념·남북 통합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반 총장이 정치권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스정치, 편가르기 정치 등 기존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반 총장이 대권 레이스에서 상수가 된 것은 긍정적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동-서 간, 진보-보수 간 대립이 고착화된 한국정치가 4·13총선을 통해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충청권 출신 대권 주자의 등장은 정치권 구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전문가로서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내공이 북핵 문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남북문제 해결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권 레이스에 실질적 한계와 장애도 엄존한다. 여권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패권주의 성향이 강한 친박(친박근혜)계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영남권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으로 분화될 경우 여권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나이 70이 넘도록 정당생활 경험이 전무하고 정치권 기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문화를 이해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반 총장이 거친 정치판에서 신념과 결기를 지키지 못할 경우, 통합의 지도자이며 국제정치의 거물이라는 평생 축적된 명예를 지키지도 못하고 낙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허민 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