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심각’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상호(가운데) 원내대표가 손으로 턱을 괴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우상호 “靑의 정략적 의도”
박지원 “野 강경해질 것”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5일 일제히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행사 시사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단독 회동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카드 철회를 거듭 요구하고 양당이 공동대응키로 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지난 19일을 전후로 해서 갑자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이것은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야당을 강경으로 몰아가려고 덫을 놓으려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도 “필요에 따라서는 (더민주와) 강한 공조를 할 것”이라며 “생산적이고 일하는, 경제를 생각하는 국회에 협력하겠다고 한 것을 자꾸 강경으로 몰아넣으면 우리가 어디로 가겠나”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상임위 청문회를 주장해 온 국민의당은 “야당에 대한 극한 대결을 강요하는 선전포고”라고 경고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행정부가 마비될 우려가 크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것은 지나친 엄살”이라며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대통령 스스로 상생의 정치를 무너뜨리고 야당에 대해 극한 대결을 강요하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도 “세월은 가고 대통령 임기는 짧아지고 있다. 민의가 3당 체제로 나타났는데도 자꾸 19대 발상으로 20대 국회를 보려고 하면 대통령 잔여 임기가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야당을 강경으로 몰아넣으면 우리 야당이 어디로 가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상임위 청문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 어버이연합 의혹 등에 대해 강한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더민주가 상임위 청문회는 정책청문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큰 현안이나 권력형 비리는 국회 차원의 특위를 만들어 청문회를 하자고 주장해온 것과 차이가 있다.

더민주는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에 반감을 나타내면서도 스스로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발목 잡는 야당’의 오명을 벗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같은 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무리 거부권을 행사해봐야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 일정은 파행도 되지 않을 것이고 지연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것으로 1당이 된 더민주가 함께 널뛰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는 국회법과 관계없이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기 위해 청문회 남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실무적인 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