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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과기원 조재원 교수진

건조 거쳐 30분만에 가루로
메탄가스·이산화탄소 바뀌어
200g이면 화폐 환산 3000원

“인분을 즉석에서 돈으로 바꿔 드립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조재원 교수 연구진이 25일 학교 내에서 인분을 분해, 가스로 만들어 에너지로 사용하는 실험실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을 공개했다. 이 실험실은 그동안 가축 분뇨를 에너지화한 다른 실험과 달리,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인분을 에너지로 만드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또 그 대가로 돈까지 받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는 건조기와 분쇄기 등이 설치된 변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연구진이나 시민들이 실험실 옆에 마련된 변기를 사용하면, 인분은 30여 분 만에 건조과정을 거쳐 냄새 없는 가루로 변한다. 인분 분말은 다시 실험실 내 미생물 반응조를 거쳐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여기서 나온 메탄가스는 실험실 난방과 온수 공급용 연료로 사용되고, 이산화탄소는 미세조류의 배양에 쓰인다. 미세조류는 다시 바이오디젤로 전환돼 차량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인분을 실제 이용 가능한 에너지로 만드는 데 7∼8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기술적 연구는 모두 마쳤으며, 지금은 인분에서 보다 많은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한 효율성 연구를 벌이는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리사이클링 화장실의 이름은 ‘윤동주 화장실’. 인분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게 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뜻이다.

실험실의 궁극적 목표는 인분을 에너지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로 변한 인분을 다시 돈으로 환산한 다음, 이 돈으로 버스 타고 커피 마시고 문화공연을 관람하는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똥 본위제 화폐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분 가루 무게에 따라 화폐를 지급하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했다. 사람 1명이 하루 평균 배출하는 인분 200g을 가상 화폐로 환산하면 3000원어치가 된다.

조 교수는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험실을 일반에게 개방한다. 올해 말쯤 ‘똥 본위화폐’로 학교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공연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울산시와 협의해 ‘똥 본위화폐제’로 운영되는 시범마을도 조성할 계획이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