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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 서울대 교수·경영학

‘클린 디젤’이라는 포장, 휘발유보다 20% 저렴한 가격과 20% 높은 연비 때문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경유 차량이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요인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에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요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8%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 가운데 경유(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6%에 이른다. 한마디로 줄이면 수도권 미세먼지의 52%가 경유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폭스바겐에 이어서 한국닛산의 경유차도 배기가스 배출을 조작하기 위해 ‘임의설정’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 현재 주행 중인 20종의 경유차 중에서 19개 차종이 인증 기준을 초과했고, 질소산화물 배출량 평균치 역시 인증 기준 대비 7배 이상 초과했다. 특히, 2006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달려 있지 않아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더욱 심각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는 와중에도 국내 경유 차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경유차는 2005년 전체 차량의 37% 정도에서 2015년 기준으로 총 862만 대, 전체 차량의 41%까지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5년간 등록한 신차 기준으로는 2010년 전체 차량의 32%에서 지난해 53%까지 늘어 매년 약 100만 대 정도의 경유차가 신규로 등록되고 있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문제는 상당 부분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휘발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유 가격,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완화 등과 같은 정부 정책이 상당히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한 2012년부터 정부가 뒤늦게나마 운행 중인 경유차에 대해서 질소산화물 배출 검사를 의무화하는 것과 같은 대안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클린 디젤’이라는 명칭 때문에 정부와 국민 모두 경유차의 대기오염 문제를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제를 더는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10년 이상 노후화된 경유차를 최대한 빨리 도로에서 퇴출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15년 또는 20년 된 노후 경유 차량을 폐차할 수 있는 세제 및 금전적 지원 방안은 물론, 노후 경유차가 도심에 진입하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올리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경유 차량의 도심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재조정해 경유차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미국 및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차별화하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비율에 따라서 사용자가 추가적인 세금을 부담하는 방안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공기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목표를 설정하고, 자동차뿐 아니라 공장 및 건물이 배출하는 다양한 배기가스를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는 전 세계 20위 정도지만, 연료 연소에 의한 CO2 배출량 기준으로는 전 세계 7위이고, 특히 1990~2010년 중 연평균 배출량 증가율 기준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 역시 국가 차원의 배기가스 관리라는 큰 틀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