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직도 상처… 5·18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둔 1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한 참배객이 비석을 어루만지며 감회에 젖어 있다. 뉴시스

-‘보훈처 결정’ 배경·의미

제창 허용땐 보수단체 반발
정부기념식 보이콧 가능성

“대통령·총리 등 참석 행사에
체제부정 노래 제창 부적절
참석자 자율의사에 맡기겠다”

국가보훈처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확정한 것은 새로운 논란으로 기존 논란을 대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읽힌다.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논란이 있는 노래를 국가기념일 제창곡으로 삼을 경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논란이 벌어질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또 다른 국론 분열적 상황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보훈처는 야권의 협치 압박 속에 ‘심사숙고’를 거듭한 끝에 제창을 하게 되면 대한민국 정통성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합창 유지’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 협치 대화의 정신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협치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보훈처는 16일 야권이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수용 요구에 대해 본 행사인 기념공연에서 합창단이 합창하면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한 ‘참석자 자율의사’ 원칙을 확정했다. 제창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또 다른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보훈처의 이 같은 판단 기저에는 제창 및 기념곡 지정을 수용할 경우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이념 논란으로 번져 지난 1997년 5·18기념일을 광주시민의 행사에서 정부기념일로 제정한 국민통합 정신이 오히려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를 깔고 있다.

보훈처는 “특정 단체들이 ‘민중의례’ 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묵념하며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 부정 노래를 대통령이 참석하는 정부기념식에서 주먹을 흔들며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광복회와 4·19혁명자회, 재향군인회, 6·15참전단체 등 12개 단체는 최근 3당에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또는 제청 수용 시 기념행사를 보이콧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 등 비난이 집중되면서 청와대는 다소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측은 “합창 유지 방침은 주무 부처인 국가보훈처의 결정으로 청와대는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며 “협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