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또 지각 12일 오전 10시 개회 예정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청석 등은 관계기관 공무원들로 꽉 차 있는 반면, 의원석은 상당수 의원들이 회의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일부 의원은 참석하지 않아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14代 개원, 4개월 지연 이후
‘임기시작 10일이내’로 규정
직접 만든 법도 스스로 어겨

3黨 원내대표‘시한준수’약속
국회의장 선출 협상부터 난항
앞으로 28일이내 개원 미지수

국회는 의원 임기 시작 후 10일 이내 원(院) 구성을 마무리하도록 한 법 규정을 지난 1994년 만들었으나 단 한 차례도 지킨 적이 없다.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가 20여 년간 역대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임기 시작일인 오는 30일부터 원 구성까지 주어진 기간은 10일이다. 총선 후 최초 임시회는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한 후 7일째 열고,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이 법정 개원일에 뽑아야 한다. 상임위원은 이날부터 2일 이내 선임하고, 상임위원장은 3일 이내 선출해야 한다. 이 규정은 단계적 개정을 통해 1994년 현재의 모습을 갖췄고, 15대 국회(1996년)에 처음 적용됐다. 14대 국회의원 선거 후 무려 4개월간 개원이 지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15대 국회는 총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개원이 한 달 이상 늦어졌고, 7월 4일에야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16·17대 국회는 개원일은 지켰으나 상임위원회 관련 협상이 늦어져 원 구성 시한을 넘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불거진 ‘쇠고기 파동’이 정국을 뒤흔든 18대 국회는 7월 11일에야 문을 열었다. 원 구성 타결까지는 무려 80여 일이 걸렸다. 19대 국회 역시 원 구성 방식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다가 7월 2일 지각 개원했다. 대부분 한 달 이상 문을 열지 못했지만, 의원들은 그 기간 동안 월급을 챙겼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11일 첫 회동을 하고 개원 시한 준수를 약속했지만 20대 국회가 법 규정에 따라 출범할지는 미지수다. 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데다 38석의 국민의당이 의석수 비율을 넘어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국회의장 문제부터 협상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는 6월 6일이 공휴일이어서 6월 7일 임시회를 열어야 하고, 원 구성은 같은 달 9일까지 마쳐야 한다. 12일부터 본격적인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는 여야 3당 원내지도부에게 남겨진 기간은 28일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이 헌법과 국회법에 명시된 의무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