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美우선 공약
기존 국제질서에 역행”
경제학자 등 잇단 우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자력으로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데다, 2일 전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미국 내에서 우려론이 급등하고 있다. ‘트럼프 돌풍’이 ‘트럼프 대세론’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 현실화 가능성으로 이어지면서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외교·경제 정책은 미국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4월 27일 처음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공개 설명하고, 지난 1일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면서 대중 무역정책 변화를 예고한 뒤 각계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례적으로 논설실 명의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세계화된 경제가 낳은 역사적 물결을 뒤로 돌리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21세기의 복잡한 안보 도전에 대한 가장 단순한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해놓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을 압박하라고 요구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와 기업가들도 집단적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존 제이 칼리지의 J W 메이슨 경제학과 교수는 2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공약이 집행되면 전 세계가 매우 파괴적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트럼프의 외교·경제 정책이 미국이 반세기 동안 구축한 전후 질서를 뒤흔들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앨런 사이크스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과 환율 조작 등을 통해 국제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설령 트럼프가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이는 국제무역 질서의 노골적 위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