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옛 모습 그대로 권윤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1926년 경주 서봉총에서 출토된 보물 339호 신라 왕관을 보존 처리 및 원상 복원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학’의 세계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과학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천장 높이 6m 복도에서 울리는 발소리를 뒤로하고

금속 유물 보존복원실로 들어선다.

학예연구사들이 금속 문화재 보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 순간 작업대 위에 교과서에서나 봄 직한 금관이 눈에 들어왔다.

신라 왕실의 존엄과 권위를 웅변하며 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금관.

“1926년 일제 총독부박물관이

경주 서봉총에서 출토한 금관으로 보물 339호”라고

권윤미 학예연구사가 설명한다.

신라의 왕이 조금 전 벗어놓고 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된 느낌이다.

신라의 왕이 다시 왕관을 찾으러 올 것 같다.

많은 연구를 거듭하며 집념과 소신으로 보존과 복원 과정을 통해

문화재에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 있다.

국내의 유물 보존과 복원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으로

1969년 설립된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현 국립문화재연구소),

76년 국립중앙박물관, 86년 국립현대미술관, 98년 국가기록원,

2002년 국립민속박물관 등이 그곳이다.

민간 업체도 40여 개가 있다.

자동차나 기계 등 공산품의 경우에는

손상되면 사후관리를 받거나 새것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오래된 물건, 특히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유물은

함부로 다룰 수 없고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이러한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위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며 이들이 보존과학자다.

자연과학, 금속공학, 화학, 미술사학 등

총체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유물은 재료에 따라 크게 돌, 흙 같은 광물에서 얻는 무기질 문화재와

생명체로 만들어지는 종이, 직물, 나무 등의 유기질 문화재로 분류한다.

무기질 문화재는 다시 금속 문화재, 토기·자기 문화재, 석조 문화재로 나뉘고

유기질 문화재는 지류, 직물, 목재 문화재로 분류된다.

보존 처리가 필요한 훼손된 문화재는 재질 조사와 분석으로

손상 원인을 파악하고 보존 범위와 방법을 결정한 뒤

오염물 제거와 보강조치, 파손부 접합 등의 단계를 거친다.

극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보존 복원 작업은

연구원들에게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이고 반응이 없는 무기물과의 독대이다.

유물은 역사 속에서 존재했고 지금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살아 있는 역사인 것이다.

그 숨결을 직접 느끼게 하는 보존과학은

역사와 유물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매력으로 와 닿는다.

사진·글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꼼꼼하게 황현성 보존과학부 연구사가 주둥이가 깨진 고려청자를 복원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처참한 잔해… 되살아난 불상 5월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보존과학 -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에 전시된 불상(오른쪽)과 보존 복원 이전의 깨어진 불상 잔해들(왼쪽).

이미지 크게보기세밀하게 현미경을 통해 미세한 부분까지 연구 조사한 귀고리와 장신구 등을 보존 및 복원 작업한다.

이미지 크게보기조각 모아서… 완전한 토기로 1924년 경주 금령총에서 발굴된 6세기 무렵의 말탄사람 토기(오른쪽). 에폭시 수지와 충전재를 혼합해 토기 조각들(왼쪽)을 접합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처음처럼 연구사들이 조선 후기 문신 이사경의 초상화에 대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