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수원시립공연단 소속 무예24기시범단 단원들이 경기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검술 대결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시립공연단 제공

18일부터 6월까지 전국 처음으로

조선 정조가 재위하던 1790년, 이덕무·박제가·백동수 등 학자들은 국왕의 명을 받아 당대 무예를 집대성해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출간했다. 총 4권으로 이뤄진 이 교본은 장창(長槍)·예도(銳刀)·쌍검(雙劍)·월도(月刀)·마상재(馬上才) 등 24가지 무예를 그림과 함께 설명한 조선 군사무술의 총아였다. 중앙집권 국가였던 조선은 백성이 무기를 사용해 무예 수련을 하다 적발되면 역모나 반역죄로 다스렸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 관군의 전유물이던 무예도보통지의 24개 무술이 탄생 226년 만에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연다.

경기 수원시는 8일 수원시립공연단 소속 ‘무예24기시범단’ 단원을 강사로 초빙해 무술학교를 연다고 밝혔다. 공공 영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예 강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범단 수석단원인 배국진(46) 사범과 진승래(44) 사범은 10여 년 전부터 정조의 호위부대였던 장용영(壯勇營)을 고증해 수원 화성행궁 정문 신풍루(新豊樓) 앞에서 수련과 무예 시범을 선보여온 베테랑이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6월까지 총 15회(주 2회)에 걸쳐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도를 다루는 24개 품새를 가르친다.

배 사범은 ‘전통 무예의 계승 및 대중화’를 위해 무술학교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통 무술인 택견이나 태권도는 민간을 중심으로 폭넓게 전승돼온 반면, 무예24기는 군인만이 익힐 수 있었던 터라 구식 군대가 폐지됐던 임오군란을 마지막으로 대가 끊겼기 때문이다. 배 사범은 “정조가 왕권과 국방력 강화를 위해 도처에 널려 있던 군사무예를 집대성해 만든 무예24기는 사가(私家)에서는 수련 자체가 금지됐다”며 “하지만 임오군란 이후로 무예를 익혔던 조선의 구식군대 군인들이 대거 구한말 의병 투쟁을 이끌었다는 사료를 볼 때 무예24기는 꺼져가는 국운을 보며 끝까지 나라를 지켰던 선조의 혼이 깃든 무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권도나 검도 등의 무술은 이미 품과 단 등의 체계를 갖춰 제도권에 들어와 있지만, 전통무예는 그런 체계가 전혀 없다”며 “이번 무술학교는 오는 6월 배출되는 1기를 시작으로 검술과 창술, 마상재 등 전통무예를 체계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