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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한국기업법학회장을 맡은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같은 기업 관련법 분야에서 권위자로 꼽힌다. 권 원장은 1978년 건국대에 입학했을 때 법과 무관한 일본어를 전공했다. 학부생 시절 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법학까지 함께 전공해 두 개의 학사를 취득했다. 이 같은 이력은 권 원장이 일본 유학 생활을 하는데 자양분이 됐다. 권 원장은 자연스레 사업가가 아닌 학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지도교수가 안식년에 일본 도쿄(東京)대에 가게 됐고, 저에게 일본 유학을 권유하면서 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권 원장은 1989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학연구과 연구생으로 일본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총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권 원장의 유학 시절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겹치기도 한다.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기업과 은행이 도산했던 시기다. 권 원장은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한 법을 집중적으로 만들었다”며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던 시기”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권 원장은 도쿄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한 이후 다음 해인 1998년 모교로 돌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직후다. 권 원장은 이때부터 기업 관련법을 손봐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교수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서면투표제도 관련 논문을 쓰면서 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 관련법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제2의 IMF가 올 것이라고 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참 겁 없이 쓴 논문이지만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진 원장은 건국대 1년 후배다. 권 원장은 “유학을 다녀와서 모교에서 교수를 하면서 주로 다루는 분야가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이다 보니 진 원장과 자주 이야기를 하면서 더 친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가장 친한 친구로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을 꼽았다. 권 원장은 “이성락은 초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면서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며 “성실함으로 따지면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1959년 출생 △건국대 법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 법학 석·박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겸 법과대학 교수 △일본 대장성 금융재정연구소 실무연구원 △전 법무부 회사법 개정위원회 위원 △전 국민연금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장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상장위원회 위원장 △기업법학회 회장 △금융투자협회 신탁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