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이 지난 10일 봄기운이 완연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캠퍼스를 거닐며 우리나라 상법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정상기업도 적용해 체질 개선
등록면허세 경감 등 稅혜택 커
현안 맞춰 특별법… 집중 지원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은 일본의 산업활력법 및 산업경쟁력강화법 상의 제도를 참고했다. 일본은 2013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해 100여 개 기업이 구조조정을 신청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적용대상을 우리나라처럼 공급과잉 분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재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우 △첨단설비투자를 촉진하는 경우 △벤처기업 등에 적용하고 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일본의 산업활력법은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에도 적용해 체질 개선에 노력하는 기업에 세제와 규제 완화 혜택을 주고 있다”며 “과잉공급 분야로 한정한 기활법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상기업이 사업 재편을 하더라도 기활법 혜택을 받지 못해 사실상 부실기업 정리에 쓰이는 법으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세법상 지원도 한국보다 다양하다. △등록면허세 경감 △자산평가손의 손실처리 허용으로 법인세 경감 △사업재편 투자를 위한 준비금에 과세 이연 조치 등이 있다. 한국은 조세이연만 규정하고 있다. 이도 언젠가 납부해야 한다.

일본은 특별법 이름만 바꿔서 시기에 맞게 집중적으로 기업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권 원장은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의 원전은 1978년 ‘특정 불황산업 안정 임시조치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당시 제1차 오일쇼크로 불황 업종의 사업 혁신을 위해 임시조치법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이어 “현안에 맞춰 특별법을 제정해 한시적으로 집중 운영하는 일본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 관련법을 만들 때 재계 의견도 상당수 반영하고 있다. 특히 게이단렌(經團聯)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계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 원장은 “게이단렌은 무조건 기업 편만 들지 않고, 또 정치색도 최대한 배제해 기업을 끌고 가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기업 관련법을 만들 때 재계 의견이 반영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