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니라고 맞선 퇴짜
기혼은 부부사이 멀어져
실체없는 불륜설도 종종

“결혼정보업체나 중매 아주머니로부터 먼저 걸려오는 전화를 한 번도 못 받아 봤어요.”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미혼의 4년차 남자 사무관)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곧바로 중매시장의 ‘러브콜’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 위상이 과거에 비해 다소 떨어진 데다 정부청사까지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연애와 결혼은 세종시 미혼 공무원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친구나 지인에게서 간간이 소개팅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주거지가 서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맞기 일쑤다.

이 때문에 세종시에 거주하는 또 다른 공무원이나 연구원, 충청권에 근거지를 둔 이들과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대 여성인 A 사무관은 “주말에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세종시나 충청도에서 소개팅을 한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관계자는 “공무원은 여전히 이상적인 배우자감으로 꼽히고 있다”면서도 “세종시 이전 후 공무원과의 만남을 망설이는 회원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청은 미혼 공무원의 이 같은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미팅을 시작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시·교육청 공무원,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이 대상이다. 지난해에만 141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올해도 총 9번의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세종시 행정도시지원과 관계자는 “지난해 총 20쌍의 커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주말부부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긴 하지만 세종시에 홀로 내려온 기혼 공무원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주중에 떨어져 지내다 보니 결혼생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모 부처 공무원이 청사 주변 호수공원에서 부하 직원과 바람피우는 장면을 들켰다더라’라는 식으로 실체 없이 떠도는 불륜설도 억울하다. 지난해 세종청사 인근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던 업주가 검거됐는데 고객 명단에 공무원도 있다는 소문이 돌아 한때 관가가 술렁이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관계자는 “최근 성범죄나 불륜에 공무원이 연루됐다는 제보가 2∼3건가량 있어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며 “지난해 5월부터 공직복무관리관실에서 근무 중인데 성범죄나 불륜 등으로 인한 비위 사실이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배우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세종에 내려오거나 배우자가 공무원인 경우 세종에 있는 부처로 전입하기도 한다.

세종=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