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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 /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이마

“나무에게 존엄하게 늙어 자연사할 수 있기를 허락하라.”

20년 넘게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산림 관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숲 전문가 페터 볼레벤은 나무의 삶 또한 인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며 나무의 자연사 권리를 주장한다. 나무에게도 감각과 감정, 기억이 있고, 대화하며 소통하고, 어린 세대를 사랑하고 보살필 뿐 아니라 늙고 병든 이웃을 돌보는, 인간과 같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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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나무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그는 나무도 인간처럼 느끼고 기억을 저장해 전달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곤충이 잎을 갉아 먹으면 나무는 통증을 느껴 전기 신호를 송출한다. 다만 좀 느리게. 인체에선 전기 자극이 수백만 분의 1초 안에 몸 전체로 퍼져 나가지만 나무는 분당 겨우 1㎝밖에 가지 못한다. 이렇게 느리지만 각 부분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뿌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정보가 나무 전체로 퍼져 나가고 나무는 잎을 통해 향기를 발산한다. 향기는 다른 나무에게 전달하는 나무의 언어이다. 그래서 저자는 곤충이나 가뭄 같은 위험 정보를 주고받는 숲을 일종의 월드 와이드 웹이라고 했다.

나무들은 사람만큼이나 사회적인 존재이다. 오랜 기간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나무들은 뿌리를 통해 이웃 나무의 지원을 받거나 서로 뿌리가 뒤엉켜 하나의 뿌리처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생존한다. 나무 하나하나는 나약하지만 많은 나무가 모이면 생태계를 만들어 추위와 더위를 막고 물을 저장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의 교육도 꽤 엄격하게 이뤄진다. 어린나무들은 한시바삐 자라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엄마는 빠른 성장을 반대한다. 거대한 수관으로 어린 자식들을 뒤덮고 다른 어른 나무들과 힘을 합해 숲 전체에 두꺼운 지붕을 씌운다. 이 때문에 숲의 바닥이나 아기 나무들의 잎까지 당도할 수 있는 햇빛의 비율은 겨우 3%밖에 안 된다. 이렇게 엄한 교육에 저항은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엄마 나무의 행동은 어린나무들이 느리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한 훈육이다.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빨리 베이지도 않고, 세포가 치밀해 폭풍이 불어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반면에 엄마와 떨어진 나무 고아인 도시의 가로수들은 제멋대로 자란다. 마음대로 가지를 뻗고, 뿌리를 뻗고, 하지만 도시의 땅은 이들 나무를 품어주지 못한다. 나무의 삶은 놀랄 만큼 인간과 닮아 있고 인간 삶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밀려난 나무가 벌이는 생존 투쟁은 눈물겹다.

저자는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고 다른 종의 유기물을 이용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에 나무에게 나무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무가 사회적 욕구를 실현할 수 있고 완벽한 흙을 갖춘 진짜 숲에서 성장할 수 있으며, 쌓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일부나마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고, 마침내 자연사할 수 있어야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