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 잠금해제 거부 후폭풍

“필요땐 관련업체 협조해야”
거부기업 형사처벌도 추진
FT도 사설 통해 “애플 잘못”

IT업계에선 애플 지지 표명

애플의 테러범 아이폰 잠금 해제 기술 제공 거부로 안보와 개인의 자유 논쟁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수사기관에 암호화된 정보 접근권한을 주는 입법을 예고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은 18일 성명을 통해 “이번 애플의 법원 명령 거부로 불거진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 사이의 개인 정보 보호 문제는 궁극적으로 의회가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암호화된 정보가 필요할 경우 관련 업체가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입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익명의 의회 관계자 말을 인용해 공화당의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정보위원장이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을 통해 애플의 거부 결정을 비판했다. FT는 19일 ‘애플이 샌버너디노에 대해 그릇된 판단을 내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이번 결정은 부적절하다”며 “팀 쿡 CEO는 연방수사국(FBI)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플 등 IT 기업들은 그들이 만든 창조물(제품)의 세상이 아닌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은 지난해 12월 14명의 희생자를 낸 미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와 관련, FBI의 수사를 위해 테러범 사예드 파루크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지원하라고 명령했지만, 애플의 쿡 CEO는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애플의 결정으로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IT 업계가 일제히 애플 편에 서서 지지를 표명했다. 페이스북은 18일 “애플의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 결정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17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우리는 적법한 명령에 의거해 사법기관이 특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이는 고객의 기기와 정보를 해킹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라고 밝혔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위즈니악 역시 18일 미 CNBC 방송에 출연,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살아 있었어도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3년 영국인 이슬람 극단주의자 2명에 의해 살해당한 리 릭비 상병의 유족이 애플의 고객 정보 보호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릭비 상병의 삼촌인 레이 매클루어는 17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사용자 보호 정책이 근시안적이며 공공 안전을 뒤로한 채 살인마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