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사업 경쟁입찰때 불이익
한국산 검역 강화 등 우려

“WTO 가입·AIIB 출범국
교역 규칙 훼손 어려울 것”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한·중 경제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정치·외교적 갈등을 겪은 상대국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보이지 않는 제재’나 자국 산업보호 차원의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한 실정이다.

12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무역업계는 최근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한·중 간 외교적 냉각 상태를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양국 간 외교·안보 문제와 경제 이슈를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에 대해 “우리와 서로 (외교적으로) 어려운 관계에 있는 나라들과도 경제는 경제 논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다”고 밝혀 사드 논란이 양국 경제 문제로 옮아붙는 것을 경계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이 정치나 안보 현안을 경제 문제와 연계시켜 무역 보복을 한 사례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 노르웨이가 중국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또 2012년 일본과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 경험을 당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우리 정부가 중국산 냉동 및 초산 마늘의 적용 관세율을 10배 이상 올리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산업계가 동북아 외교·안보 상황이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배경이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인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켜 국제 경제규범을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며 “세계 교역의 규칙을 훼손하며 외교적 문제를 경제적 문제와 결부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제재’를 더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 보복 조치들에 대해서도 정치·외교적 분쟁에 따른 것이라고 ‘공식화’하지 않았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인 만큼 이를 무시하는 방식의 공식 조치보다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검역·검수과정을 한층 까다롭게 하거나,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큰 중국 내 사업 경쟁입찰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하는 등 여러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펴온 자국산업 보호 조치도 ‘제재’의 성격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대해 현실적이고 이성적 대응이 다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기 때문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정·경 분리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며 “정부가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 사이의 선을 확실히 긋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중국과 좀 더 높은 신뢰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미국·일본과도 적절히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방승배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