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노후준비 실패 여파
총 9만1520명이 지원 신청
2014년보다 7.5% 늘어나

지난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중앙지부. 다리가 불편한 A(여·22)씨가 카드 연체료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 씨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두 번의 다리 수술을 받고, 2013년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생계비가 부족해 50만 원의 은행 카드빚을 지게 됐는데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소액의 카드 연체료는 현재 150만 원으로 불어났다. 자신을 돌봐줄 가족이 없는 A 씨는 몸이 불편해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채무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A 씨는 “우연히 신용회복위의 채무조정안을 알게 돼 개인회생 신청을 했는데 접수만으로 당장 내일부터 연체 독촉 전화는 오지 않는다고 하니 안심”이라면서도 “명절이나 소망 같은 것 잊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4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8만4554명이 채무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중 9만1520명이 채무조정 지원을 신청했다. 이는 2014년 신청 건수(8만5168건)와 비교해 7.5% 증가한 수치다.

채무조정 지원은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을 지원하는 개인워크아웃과,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자 감면을 지원하는 프리 워크아웃으로 나뉜다. 연령대별로는 A 씨와 같은 20대 청년층과 60세 이상 노년층의 채무조정 신청 증가가 두드러진다. 20대와 60대 이상 노년층은 전년 대비 각각 17.7%, 20.8%가 늘었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청년층은 취업난 탓에 채무조정 지원 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며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노년층의 신청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