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정상 핫라인 불통
朴생일축하 서신도 ‘지각’
군용기 KADIZ 침범 등
中, 對韓 불만 잇따라 표출

박근혜정부의 대중외교정책이 혹독한 시련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검토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핫라인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29일째 불통 상태다.

중국 군용기들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위력 과시에도 들어갔다.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 중이지만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3일 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한·중 관계를 “서울에서는 통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베이징(北京)에서 받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까지 참석하면서 대중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에 반대하면서 한·중 관계가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의 64번째 생일(2월 2일) 하루 전에 축하 서신을 보냈을 정도다.

2014년에는 1월 29일에, 지난해에는 1월 30일에 서한이 도착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지각 서신’을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주는 대목이라고 보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중국 측 파트너들과의 핫라인 역시 통화음은 들릴 기미조차 없다.

한국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북한에 대한 제어를 원하고 있지만 중국은 외면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 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자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문제를 신중하고 적절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논평했다.

중국 군용기 2대가 지난 1월 31일 제주도 남서쪽 이어도 상공의 KADIZ를 침범한 뒤 “침범한 적이 없다”며 KADIZ를 부인하는 행태에도 중국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는 사드 배치 검토와 관련해 “한국은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한다”(1월 27일자)는 경고성 사설까지 실렸다.

이와 관련,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로 한·중 간의 신뢰가 금이 가기 직전”이라며 “중국은 논의가 본격화되면 더욱 노골적인 불만과 반대를 행동으로 직접 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