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사 2층 삼진어묵 부산역점에서 열차 승객들이 어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삼진어묵 제공

제품 고급화·다양화 ‘대변신’
백화점 입점·베이커리로 진화

삼진어묵 매출 2년새 6.4배
4월 中·日 직매장 개점 추진

고래사어묵 작년 400억 매출
中상하이 진출… 해외도 공략

부산 어묵이 진화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 속에 올해부터는 세계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어묵은 3, 4년 전까지만 해도 꼬치 간식거리나 반찬·떡볶이·김밥의 단순 식자재로만 쓰였다. 그러나 이제는 고추, 연근, 버섯, 감자, 고구마, 김, 치즈, 새우·게맛살, 카레 등을 적절히 혼합해 크로켓, 버거 등 창의적 종합식품으로 재탄생했다. 어묵 우동·초밥까지 무려 100여 가지의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매장의 고급화로 백화점에도 대거 진입해 식자재 가공업에서 고급 베이커리로 발전했다. 불과 3년 만의 대변신이다. 현재 국내 어묵 시장은 연간 8000억 원이며 이 중 부산은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부산시는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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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어묵의 진화는 부산의 삼진어묵과 고래사어묵이 주도하고 있다. 어묵 공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지난 1953년 부산 영도에서 설립된 삼진어묵은 3대를 거치면서 눈부신 도약을 보이고 있다. 요즘 삼진어묵 부산역점 앞에는 승객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부산역점의 매출액은 평일에는 하루 평균 4000만 원, 주말엔 무려 7000만 원에 달한다. 코레일유통의 전국 950개 매점 가운데 단연 1위다. 삼진어묵은 2013년 매출액이 82억 원이었으나 2014년 210억 원, 2015년은 530억 원으로 2년 만에 6.4배로 성장했다. 직원 수도 비슷한 규모로 늘어나 현재 500명을 넘어섰다. 13개 직매장의 70%는 서울 등 전국의 백화점 안에 입점해 있다. 인기를 끄는 어묵 크로켓(작은 사진)은 밀가루 반죽은 쓰지 않고 명태, 돔 등의 최고급 연육에 감자전분, 치즈 등 6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시행착오 끝에 다양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바꾼 것이 성공 요인이다. 미국 유학파인 3대 박용준(34) 관리실장은 어묵 시장 고급화를 이끈 공로로 해양수산부의 ‘2015 수산 신지식인 대상’을 받았다. 소통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때문에 최근 직원 8명 선발에 1283명이 몰려 160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슷한 규모의 어묵계 쌍두마차인 고래사어묵은 해외 진출 분야에서는 한발 더 빨랐다. 고래사어묵은 지난 1월 15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어묵 베이커리형 해외 직영매장(직원 20명)을 처음으로 열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1963년 개업한 고래사도 부산 부전시장 본점 등 13개 직매장을 운영 중이다. 어묵으로 면을 만든 ‘어우동’을 비롯, 떡볶이를 응용한 ‘어볶이’, 어묵초밥, 어묵회 등 제품을 다양화해 지난해 매출액이 400억 원을 돌파했다. 삼진어묵도 오는 4월 일본과 중국에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만식 삼진어묵 전략기획이사는 “이제 어묵이 반찬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샌드위치, 빵처럼 주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주로 한국·일본에서 먹던 어묵이 이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어묵 제품들은 지난해 11월 26∼29일 혁신 성공사례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에 소개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어묵을 전략기획상품으로 선정해 어묵 축제를 개최하고,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송양호 부산시 해양수산국장은 “연육공장 등 특화식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해외 마케팅 지원을 강화해 부산 어묵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