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케미칼이 경북 안동시에 4000억 원을 투자해 완공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생산시설 ‘L 하우스’에서 연구원들이 세포 배양 탱크를 통해 독감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세포배양액 검사 모습. SK케미칼 제공

② 연구개발비 급증

지난해보다 30%이상 늘린 곳 많아
특수질병 아닌 시장성 높은 藥 집중
예전과 달리 상업적 성공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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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가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올해 1000억 원 이상을 R&D로 투자하는 업체가 역대 최다인 6곳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 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기업과 맺은 약 8조 원 규모의 수출 계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업체가 올해를 글로벌 진출의 중요 시점으로 잡고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2일 제약업계 매출액 상위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미약품(2100억 원), 녹십자(1300억 원), 유한양행(1000억 원),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1000억 원), 종근당(1000억 원), 대웅제약(1000억 원) 등이 2016년에 R&D 비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D 비용으로 1000억 원 이상을 지출한 회사가 한미약품뿐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국내 주요 제약사의 R&D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신약 개발 R&D 비중은 합성신약(34.2%), 개량신약(33.2%), 바이오신약(10.5%), 천연물(9.2%), 바이오시밀러 또는 바이오 베타(8%) 등의 순이었다. 그동안 합성신약과 개량신약 등 제네릭(복제약)에 대한 R&D 비중이 컸던 신약 개발이 최근에는 바이오신약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R&D 투자 성과로 허가를 받은 신약은 지난해 5개(1997년 이후 총 26개, 2011년 이후 현재 11개)로 1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2000년대 출시된 국내 개발 신약은 시장이 크지 않은 특수질병에 국한된 치료제가 많아 상업적 성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2010년 이후 출시된 신약들은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높은 고혈압, 당뇨 치료제 등의 순환기계통에 집중된 것도 과거 신약과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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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신약 역시 국내 제약기업들의 R&D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개량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에 비해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편리성)이 개량되었거나 진보성이 있다고 평가받은 의약품을 말한다.

1조 원 연매출을 가장 먼저 달성했지만 비교적 낮은 R&D 투자 비율(6∼7%)을 유지하던 유한양행은 지난해(700억 원)보다 40% 이상 연구비를 늘리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신약 후보 물질을 많이 확보했고, 퇴행성 디스크 질환 치료제 YH14618이 임상 2상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R&D에 들어갈 비용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지난해보다 연구·개발 투자를 32% 늘리기로 했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개발 등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녹십자는 설명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진출 단계에서 올해가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보고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B형간염 치료제 신약 ‘베스포비어’를 개발하고 있는 일동제약은 이 의약품 개발이 3상에 진입하고, 개량신약·복합제 등의 임상이 시작되면서 전년(373억 원)보다 47% 이상 R&D 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도 LG생명과학(850억 원), SK케미칼(800억 원), JW중외제약(360억 원)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R&D 비용을 높일 계획을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 한계를 느낀 제약업체들이 글로벌 진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R&D 투자가 필수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이 R&D 투자의 결과를 제때 얻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 투자를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