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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골프채를 만드는 공방

산업혁명시대 목숨 건 라운드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골프는 무슨….”

한 노동자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올드 코스를 벗어나려는 윌리엄 클리치 상공회의소 의장 일행의 마차 앞을 노동자들이 가로막았다. 노동자들의 손에는 낫과 쟁기 등이 들려있었다. “이봐요들. 우리가 무슨 잘못이라도?” 클리치 회장이 손을 저으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골프장 땅을 모두 뒤집어서 땅콩과 밀가루를 재배해야 합니다. 토끼 사육장도 잘 안 되는 형편인데 차라리 옥수수 개간 사업이라도 해버리면 좋지. 골프장은 무슨….”

이미지 크게보기 검은 모자에 붉은 재킷, 그리고 올드 코스 18번 홀에 있는 스월큰 다리로 보아 올드 코스의 젠틀맨스클럽 회원이 18번 홀에서 골프를 치던 모습이다.

노동자 무리는 웅성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마차를 부술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고 살벌했다. 이들에게 골프는 눈엣가시였다. 골프를 치러 다니는 귀족들과 부호들은 그들을 분노케 했다. 클리치 회장은 얼마 전 회원들이 골프를 치다가 농민들의 습격을 받아 그중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그렇지 않아도 몸을 사리던 중이었다. 가로막은 자들의 행색으로 보아 온전히 돌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클리치 회장은 대범하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된다고 마음먹었다.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오늘 골프를 쳤다기 보다…, 여기 상공회의소 회원들이 모임을 가졌소. 올드 코스가 팔려 밀가루 밭이 되니 주민들에게 식량이 지급될 겁니다. 시에서 농민들과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구호품에 대해 회의를 해 그렇게 결정지었소.”

노동자 무리는 그제서야 험상궂은 얼굴들을 풀면서, 들고 있던 곡괭이 자루들을 서서히 내려놓기 시작했다. 클리치 회장은 계속 그들을 설득했다.

노동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클리치 회장의 말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그렇게 4명의 골퍼는 구사일생으로 봉변을 면할 수 있었다.

선량했던 노동자들이 폭도로 변한 원인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1789년 7월 14일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 때문이었다. 혁명은 구시대의 유물인 봉건 귀족을 없앴지만 농노의 몰락을 가져오면서 대신 사회의 새로운 계층인 자본가와 농민, 노동자 계층이 생겨났다.

이미지 크게보기 공방에서 장인이 클럽을 다듬고 있다. 아이언을 만드는 것과 장인의 복장으로 미루어 19세기의 공방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혁명은 긍정과 부정을 함께 양산했고 도시로 밀려난 농민, 노동자들을 더욱 빈곤층으로 전락시켰다. 그들은 언제라도 다시 폭동이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사회 불만 세력이었다. 산업혁명의 결과 부르주아로 불리는 자본가가 양산된 반면 농민과 노동자는 더 빈곤해 가는 부익부 빈익빈이 초래됐다.

수백 년 동안 나름대로 골프를 즐기던 서민들은 산업혁명의 뒤안길에서 노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들에게 골프는 이제 의미가 없는, 사치스러운 놀이가 돼버렸다. 먹고 사는 게 우선이었다. 시민들의 비참한 삶은 기계화의 뒤안길에 늘 존재해 있었다. 노동자, 농민들은 골프에 앞서 배를 채우는 게 급선무였다. 그들에게는 식량이 최우선이었다. 영국 정부는 자국의 농민들도 프랑스처럼 폭동을 주도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었고, 나라 구석구석 어느 곳이든 농민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무섭게 저지하고 강력하게 진압했다.

빈곤층들은 부유층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사회 불만의 불씨가 엉뚱하게 골프로 퍼진 것이었다. 폭동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도 했고, 상류층들은 골프채를 숨겨두고 슬금슬금 집안에 칩거하게 되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19세기 초반까지 전 국민을 매료시키던 골프는 산업혁명의 폐단으로 인해 죽음과 직결되는 살벌한 사회 분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남양주골프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