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100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백돌이’라는 표현처럼 골프를 못하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고, ‘파(破)백’을 했다며 설렘과 희망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103세의 나이에 에이지슈트를 기록해 기네스북에 오른 한 캐나다 노인의 ‘100타’는 의미가 다르겠지요.

분명한 것은 타이거 우즈와 같은 프로 골퍼도, 클럽 챔피언급 아마고수들도 모두 첫 목표는 100 끊기였다는 점입니다.

골프 사상 처음으로 100을 끊었던 사람은 세인트 싱클레어 경입니다. 1764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회원들만 참가한 ‘실버클럽 토너먼트’가 열렸는데 싱클레어 경은 99타를 쳤습니다. 올드 코스는 당시 22홀이었기에 그의 스코어는 18홀로 환산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767년 제임스 디아람이 18홀로 변경된 올드 코스에서 처음으로 94타를 쳤습니다. 이 기록은 이후 86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골프 초창기엔 100을 끊는 게 정말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클럽과 골프볼을 사용하는 요즘 골퍼들은 250년 전에 100타를 깬 스토리에 ‘피식’ 하며 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차 대전 때 미군으로 참전했다가 시력을 잃은 찰리 보즈웰은 실의에 빠졌다가 골프를 통해 새 삶을 개척했고, 특히 ‘100타의 위대함’을 일깨워줬습니다. ‘골프광’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보즈웰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국 전체 골퍼 가운데 100을 끊은 사람은 겨우 15%에 불과합니다. 이제 85%의 골퍼들이 당신을 본받아 분발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최근 대한골프협회(KGA)가 ‘2014년 한국골프지표’를 발표했습니다. 이 통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우리나라 골퍼들의 평균 스코어였습니다. 한국 골퍼의 39.8%, 즉 10명 중 4명이 아직 100타를 깨지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골프를 후하게 쳐주는 습성을 고려하면 ‘백돌이’는 이보다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조사 결과 소위 ‘싱글’로 불리는 80타 이하는 6.8%에 불과했고, 90타 이내가 21.6%, 91∼100타가 31.8%로 가장 많았습니다. 처음 조사를 했던 2007년엔 100타 이상이 47.5%, 2012년엔 46.8%였던 점에 비해 골퍼들의 실력이 향상된 것 같습니다.

흔히들 ‘100을 치면 골프를 소홀히 하고, 90을 치면 가정을 소홀히 하고, 80을 치면 일을 소홀히 하고, 70을 치면 모든 것을 소홀히 하며 오로지 골프만 하는 사람’이라고 빗대어 말합니다. 다 맞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골퍼가 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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