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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 서울대 교수·경영학

휴대전화 때문에 노키아가 몰락한 핀란드는 2015년 기준 평균 9.4%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그 속사정을 보면 25세 이상의 실업률은 7.6%에 불과하지만, 청년으로 분류되는 25세 이하의 실업률은 무려 3배나 높은 약 22%에 이른다.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경제가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반면, 유럽 최고의 경제 강국 독일의 실업률은 핀란드와는 전혀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5년 기준 독일의 평균 실업률은 겨우 4.5%이고, 25세 이상의 실업률은 4.2%, 25세 이하의 실업률도 7%에 불과하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 먼저, 독일은 친(親)환경 자동차, 에너지, 바이오와 같은 미래 산업을 주도하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중등학교 졸업생 중에서 4년제 대학 진학 비율이 25% 정도에 불과하며, 졸업생의 70%가량은 전문 기술 교육을 택한다. 또, 대학 교육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기술 개발 및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점들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청년실업률은 9.2%다. 하지만 취업 준비 중이거나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들을 고려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0~30%라는 말이 나온다. 청년실업 문제는 충분히 예상됐던,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입학생 감소 때문에 대학을 개혁하자는 논의를 계속하지만, 대학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급할 게 없어 보인다. 2000년 이후 지난 15년간 인문계 고등학교는 1193개에서 1729개로 늘었다. 학생 수도 132만 명에서 149만 명으로 늘었다. 그 기간에 학교·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직업계열이었다. 2000년 이후 직업계열 고등학교는 764개에서 597개로 줄었고, 학생 역시 75만 명에서 35만 명으로 50% 이상 줄었다. 당분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혁신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둘째, 1980년대 이후 세계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상전벽해(桑田碧海)지만, 정작 대학 교육의 본원적 내용은 30년 전과 비교해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 등록금, 학생 수, 교직원 수, 이수학점을 비롯한 다양한 규제가 대학 간 치열한 경쟁을 막고, 결국 대학의 자율적 혁신과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날마다 생존 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이 이런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을 앞다퉈 채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셋째, 탄력적인 고용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탄력적인 해고 가능성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의 고용과 관련한 각종 법률적 요건은 반대로 움직였다. 58세 또는 60세로 늘어난 퇴직 정년에다, 4대 보험은 물론 자녀의 대학 학자금까지 책임져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채용 이후 적어도 4~5년을 양성해야 하는 신입 사원을 쉽사리 채용할 수가 없다.

넷째, 정부는 지난 2003년 이후 13년 동안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차례의 대책과 매년 2조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정부의 대책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 핵심 내용은 청년인턴 확대, 해외취업 장려, 취업 정보망 구축이라는 3대 정책이었다. 그동안 청년실업률은 계속 높아져 왔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통한 미래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청년실업을 악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