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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대타협 홍보’ 만 신경
한국노총은 국회앞서 잇단 시위

1년여 협의 끝에 이룬 노사정 대타협이 넉 달 만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놓이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대타협 실패 경험으로 사회구성원 간 합의를 통한 사회 개혁 모델이 한국사회에서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는 회의감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는 11일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선언한 직후 “9·15 사회적 대타협은 노사정 대표의 리더십, 인내 그리고 대승적 결단에 의해 이뤄진 역사적 위업이자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사회적 대타협의 정신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부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의 노사정 대타협은 저강도 위기 속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선제 조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대환(사진) 노사정위원장은 대타협 이후 여러 국제기구와 국제행사에 참석해 한국의 노사정 대타협을 노동시장 개혁의 모범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사정위가 대타협 홍보에 열을 올리는 동안 노사정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대타협 다음 날인 지난해 9월 16일 정부·여당이 5대 노동개혁 법안을 상정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반발했다. 김동만 위원장은 5대 노동개혁 법안 철회와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2대 지침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한 달 가까이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노사정 모두 지난(至難)한 노력을 쏟고, 개혁에 대해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대타협의 파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노사정위가 대타협 이후 이처럼 무력한 모습을 보인 데는 노사정 모두 노사정위를 배제한 채, 장외에서 각자 입장만을 주장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타협 과정에서 노사정은 노사정위를 적극적인 중재기구로 활용했으나, 합의 이행 과정에서는 노사정위가 소외됐다”며 “노사정 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협의하려면 중재자가 필요한데, 노동계든 정부든 노사정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