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로스포츠 리그에선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내더라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기 때문. 방송사에 해외 중계 판권을 주지 않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경우에도 스카이스포츠와 BT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광고료 등으로 5억2700만 파운드(약 9490억 원)를 남겼을 정도. 하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중계권료가 적어 리그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프로야구 정도를 제외하면 방송사가 돈을 내고도 제대로 중계를 하지 않아 리그에서 중계 편성을 부탁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갑과 을이 바뀐 셈.

국내 프로야구는 지난 3월 중계권 계약을 갱신했다. 계약기간 4년에 중계권료는 연간 360억 원 수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컨소시엄과 계약했고 케이블TV 중계는 스포츠마케팅 업체 ‘에이클라’라는 대행사를 통해 중계권을 판매했다. 지상파의 경우 반드시 중계방송을 해야 하는 ‘의무 중계 횟수’가 방송사당 연 7경기 정도에 불과하다.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은 KBS 한 곳뿐이다. 케이블 TV는 MBC 스포츠플러스와 SBS 스포츠 등 2개사가 중계한다. 중계권료도 프로배구보다 조금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프로배구는 지난 2013년 KBSN 스포츠와 3년간 100억 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남자 프로농구 정규 리그는 270경기이지만 지난 시즌 지상파 KBS에서 단 4경기를 중계했고, 그나마 1게임은 올스타전이었다. MBC는 정규리그 3게임을 내보냈지만 녹화 중계였다. SBS는 플레이오프만 1경기 중계했다. 이번 시즌엔 아직 단 한 게임도 지상파에서 중계된 적이 없다.

프로축구의 중계권료는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합쳐 연간 70억 원 규모. 지상파의 경우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이 2013년 방송 3사와 2년간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에 연간 4차례 중계하게 돼 있었지만, ‘권장 사항’일 뿐이었기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TV 중계에 목말랐던 K리그는 지난 3월 KBS와 별도로 추가 계약을 체결, KBS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28경기 중 16경기를 생중계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지난해 SBS골프에 2016년까지 3년간 중계권을 팔았다. 연간 45억 원 수준이다. 남자프로골프의 경우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지난해 JTBC골프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대회당 평균 중계권료는 여자골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