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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 운영 ‘빅핸즈’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일명 에이즈는 1990년대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된 이후 전파력과 사망률 모두 이전 시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최초로 에이즈에 걸린 한국인도 28년을 살았다. 에이즈는 당뇨병, 고혈압, 간염 등과 같은 만성질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에이즈 감염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50%에 달하는 환자가 감염 이후 가족과 단절돼 고독하게 살아간다. 일반인이 갖는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탓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고, 심지어 의료기관에서도 에이즈 환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면서 경제적,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고 건강이 악화하며 이는 노숙과 알코올 의존(중독)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관리만 잘 해주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으나, 에이즈 감염자를 향한 편견 때문에 삶은 점점 더 고립된다. 에이즈 감염자들에게 세상을 향한 문을 열어줄 방법이 없을까.

김지영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 2년 전 카페 ‘빅핸즈’를 문 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지난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즈 감염 환자와 봉사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카페는 국내 최초였다”며 “환자들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고, 손님이 한 사람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주변에서 돕는 분들까지 적잖은 우려를 했지만 예상외로 단골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하철 반야월역 근처에 위치한 빅핸즈는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 레드리본은 에이즈 감염인과 환자에 대한 보호와 관심,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을 지지한다는 국제적인 상징이다. 빅핸즈(big hands)는 ‘큰 박수’라는 의미로 빅핸즈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은 전액 에이즈 예방 및 인권복지 사업에 쓰인다. 현재 빅핸즈 카페에 참여 중인 에이즈 감염 환자는 6명이다. 제과·제빵·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매장 관리와 매장 내 꽃장식 제작 등 카페 운영에도 동참한다.

빅핸즈 카페에 들어서면 일반 카페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맛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동영상과 글귀들이 매장 곳곳에 비치돼 있다. ‘감염인과 일상적인 접촉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악수, 포옹 등 신체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감염인이 요리해서 함께 먹는 식사로는 감염되지 않아요’ ‘화장실, 목욕탕 및 변기 사용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모기 등의 매개동물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등 글귀는 다양하다.

커피를 마시면 무료로 콘돔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곳곳에 가져가라고 콘돔을 비치해 놓으니 초반에는 어색하게 생각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빅핸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콘돔을 가져간다”며 “일반인들의 에이즈라는 질병과 감염 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본다”고 말했다.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면서 사회적기업이다. 일반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에 앞서 사회적 목적과 공익성을 추구한다.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은 에이즈 감염 환자와 봉사자·후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조합의 목적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감염인의 자활을 돕는 데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기관의 경우 영리활동을 할 수 없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의 옷을 입은 뒤 영리활동을 통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할 길이 열렸다.

빅핸즈가 성공을 거두면서 레드리본 사회적협동조합은 카페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지만 전국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감염인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커피숍을 개점하려면 자본이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빅핸즈가 문을 여는 데는 2013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소셜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에이치온드림’ 오디션에서 상금 1억 원을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커피숍을 여는 데 상금을 포함해 1억5000만 원 정도의 투자금이 들었다”며 “2호점 후보지로 수요가 많으면서 개설 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지방 지역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서 사무국장을 겸직하고 있다. 협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감염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감염인들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이들은 계속 복지의 수혜자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에 다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빅핸즈를 통해 사회적 삶을 살게 된 감염인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