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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무석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세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 47년 만에 목사·신부·승려 등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2일 찬성 195표, 반대 20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오는 2018년부터 성직자들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게 됐다. 당초 정부안은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즉시 시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2018년으로 시행이 2년간 미뤄졌다. 개정된 내용을 보면 세법상 ‘기타소득’ 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해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모처럼 개정된 소득세법에 대해 기존의 오해와 편견을 불식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그 내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기존의 성직자 과세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과세를 통한 종교단체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간섭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세목이 소득세이므로 종교단체를 과세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성직에 봉직하는 교역자 개인의 소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과세 객체인 소득도 종교단체들의 보유재산이 아니라 교역자들이 교단으로부터 이전받은 소득에 국한돼 있다.

다음 오해는, 이 세제가 보는 성직자의 직무에 대한 관점, 즉 교역자는 성직자이므로 인간에 의해 고용된 게 아니라 하늘에 계신 신으로부터 봉사를 위해 임명을 받았다고 하는 종교계의 성직자관(觀)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번에 근로소득 대신 기타소득 내에 별도의 종교소득이라는 세목을 신설함으로써 이를 고려했다. 징수 방법인 원천징수의 채택 여부, 즉 원천징수해 일괄 납부할 것인지 여부는 교단마다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소득 가운데 학자금, 식비 및 교통비와 같은 필요적 지출에 대해서는 비과세해 납세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 외에도 교역자 간, 근로소득자와 교역자 간의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소득 재분배 기능과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두었다. 즉, 기타소득의 필요경비 공제율인 80%를 일괄 적용하는 대신 교역자에게 이전되는 소득의 구간별로 공제율을 최고 80%에서 최저 20%까지 차등화해 고소득 종교인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도록 했다. 교역자 과세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그 외에도 일정 소득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역자에게 근로소득자의 근로장려세제에 준하는 제도의 도입에까지 미치고 있다. 여기엔 교역자의 포교 환경을 지원해 국민의 정신세계를 풍부하게 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또한, 세무조사의 범위도 개별 교역자에 대한 과세 자료를 얻는 범위 안으로 제한했다.

이 제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로 인해 오랜 시일이 경과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그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이 제도 도입의 배경이 된 담론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하다. 이 논의는 개별 교단의 울타리를 넘어 국가 전체 차원의 밥상공동체 마련을 위해 각 국민의 기여 정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담론에서 시작된다.

특히, 국가적 밥상공동체의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 계층별 기여 수준의 결정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그리고 국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 기여를 해야 한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서 시작됐다. 끝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정신적 스승들에 대해 존경을 표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2년의 시행유예 기간이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세심한 준비 기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