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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이어 두번째 영화
“소리 터득하려고 악 쓰는 장면
연습생 시절 기억과 겹쳐져…
대본 잘 읽히고 감정이입 잘돼”

“재능부족해 노력으로 이겨내야”
1년동안 명창에게 판소리 배워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끌려서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걸그룹 미스에이 멤버 배수지(사진)가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출연작인 ‘도리화가’(감독 이종필)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이 영화로 ‘국민 첫사랑’이란 별명을 얻으며 충무로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동안 가수 활동과 함께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성장해왔다.

지난 25일 개봉한 ‘도리화가’는 남자만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금기와 편견을 깨고 여류 소리꾼이 된 한 소녀의 성장기와 그가 겪은 사랑의 아픔을 그렸다.

이 영화에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기생집에서 자란 진채선을 연기한 배수지는 장터에서 우연히 접한 판소리에 매료돼 소리꾼의 꿈을 품은 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캐릭터를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문화일보와 만난 그는 자신이 연습생 시절 느꼈던 감정이 채선의 아픔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가 잘 읽혔어요. 감정이입도 잘 됐고요. 읽으면서 가슴 속에 뭔가 뜨거운 게 올라왔어요. 그러면서 연습생 시절 느꼈던 감정이 스치기도 했고요. 가수를 준비하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어요. 여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낸 채선이 겪은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저도 춤추고 노래하는 걸 안 좋아하시는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연습했어요. 실력이 늘지 않으면 ‘이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고요. 또 연습실에 혼자 남아 큰소리로 노래 부른 기억이 채선이 소리를 터득하기 위해 폭포 아래에서 악을 쓰는 장면과 겹쳐졌어요.”

그는 실존 인물인 채선이 판소리를 하는 장면을 모두 직접 소화해냈다. 1년여 동안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웠지만 가수인 그도 가요와 완전히 다른 창법으로 노래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열정과 노력으로 매달린 그의 소리 실력은 영화 속 채선의 성장 속도에 맞춰 발전한다.

“악보도 없고, 배울 때마다 음이 달라 힘들었어요. 첫 음을 잡아놔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상상으로 음을 그려가며 계속 반복했어요. 제가 원래 노력파거든요.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계속 판소리를 배울 거예요.”

이 영화에서 채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끝까지 돕는 조선 최초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은 배수지의 이 영화 출연 선택에 대해 “똑똑하다”고 했다. 배수지는 채선이 스승인 신재효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류승룡 선배님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나를 알아봐준 첫 사람에게 당연히 사랑의 감정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아마 제자의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는 스승이 더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지맞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보였지만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이 영화는 아직 손익분기점의 10분의 1도 못 채웠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그의 말이 믿음직스럽게 다가온다.

“오랜 시간 최선을 다했고, 되돌아봐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영화 하면서 행복감을 느껴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고요.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할 거예요.”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