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法보다 주먹’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가 청와대로 행진하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다. 뉴시스

경찰 “부모님·자식 욕하고
사료 먹으라며 인신공격…
정신적 충격, 부상 못잖아”

11·14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113명의 경찰관은 쇠파이프나 각목 등에 맞아 무릎과 손가락 등을 다쳤고, 일부는 입원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위 진압 경찰관들은 시위대의 욕설과 모욕적인 언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서울 중구 저동에서 만난 김모(42) 경사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왼쪽 손목을 맞아 아직도 손에 멍이 시퍼렇게 남아있었다. 김 경사는 “시위대가 휘두른 쇠파이프가 옆 사람 방패와 내 방패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손목을 가격당했다”며 “버스 주유구에 불을 붙여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고 소화기 분말가루를 우리를 향해 뿌려 대서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물리적 폭력 못지않게 모욕적인 언사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식을 저주하거나 부모님을 욕하기도 하고 가축 사료를 먹으라고 하는 등 일부러 시위대들이 도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말들은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불법을 예방하는 것이 경찰관의 의무이고 자부심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니까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박모(25) 순경 역시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인 만큼 인신공격만큼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박모(35) 경감은 “경찰관이나 의경 모두 평소 쇠파이프나 각목을 구경해 보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인데 이런 전쟁 같은 집회 현장에서의 경험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남는다”며 “욕설과 모욕적인 언행을 듣고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힘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불법 폭력시위는 총 22건으로, 주로 도로 점거(13건)나 시설 진입(6건) 등이 많았다. 쇠파이프나 각목이 사용된 시위는 2건이었고, 돌을 던진 집회도 1건 있었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불법 집회에서는 도로 점거는 물론, 쇠파이프와 각목도 등장했고, 돌과 함께 횃불마저 등장해 경찰관들 쪽으로 던져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사법처리로 공권력의 위상을 제대로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 시위로 인한 피해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한 바가 없으며 이름만 바꿔서 나오는 전문시위꾼들에 대한 처벌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을 보장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처벌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폭력시위를 종식시키고 공권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박효목·김다영 기자 soarup624@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불법시위 규탄’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맞은편에서 폭력시위 중단과 민주노총 해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