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합법’ 위협하는 ‘불법’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향해 철제 사다리를 집어던지고 있다. 뉴시스

광화문 광장은 시위꾼 광장
“청와대로 진격하자” 구호로
불법 행진 행렬 경찰과 대치
차벽 허물려 극단적인 폭력

전문가 “불법시위 단골 단체
집회신고부터 사전 제한해야”
“직접 폭력 행사하지 않아도
위험 물품소지자 처벌 필요”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의 불법 폭력시위가 점차 만성화·과격화하는 양상이 짙어지면서 ‘불법=필벌(必罰)’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수뇌부 역시 준법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불법 폭력시위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성화하는 폭력시위에 경찰 비상=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수뇌부가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불법 폭력시위가 매년 40건가량 개최되는 등 만성화하고 있고, 갈수록 폭력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폴리스라인’을 넘어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와 맞서다 부상을 당한 경찰관은 올 들어 크게 늘었다. 올해 302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당해 지난해(78명)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직업 경찰관이 아닌, 의무복무를 하는 의경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10명, 2013년 37명, 지난해 43명에 그쳤던 의경 부상자는 올해 10월 말 현재 125명으로 급증했다.

불법 폭력시위가 매년 40건가량 열리는 이유는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광화문광장을 차지하려는 시위대의 고전적인 시위 방식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광화문광장은 인근 미국 대사관이 있어 원칙적으로 집회가 열릴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시위대는 광화문광장과 인접한 서울광장, 청계광장 등에 집회 신고를 해놓고, “청와대로 진격하자”는 구호를 내세우며 폴리스라인을 침범해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행진하는 경우가 잦다.

실제 지난 14일 시위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아니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위 주동자에 의해 ‘청와대 진격’ 구호가 나오고, 약속한 듯 수십 명이 이에 동조해 행진하면서 순수한 의도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까지 불법 행진 행렬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경우, 경찰은 행진 행렬에 맞서 광화문광장 앞에 경찰 ‘차벽’을 치고 시위대와 대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목, 쇠파이프, 밧줄 등을 들고 경찰 차벽을 허물려는 시위대와 물대포 등을 쏘며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 사이 충돌이 빚어지면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 불법 집회에 대한 ‘필벌’ 목소리 커져=14일 도심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불법을 저지른 시위대에 대해 ‘필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위대에 ‘소요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요죄가 적용되면,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이 가능해진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요죄 적용을 통해 불법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물론 집회 시위에서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폭력시위를 위한 도구를 준비한다든지, 무장한 채로 집회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쇠파이프 등 위험 물품을 경찰이 사전 검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 같은 불법 폭력시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쇠파이프나 각목 등 위험 물품을 사전에 색출해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단체가 반복해 폭력시위를 벌이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불법 집회 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개최 신고는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애초 집회 시위 신고를 할 때 경찰이 불법 시위를 일삼는 단체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집회 시위 신고 이유와 집회 방법 등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조사해 공공장소에서 과격 시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가 아닌 만큼, 시위 문화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장 교수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는 반복적이고 과격한 투쟁이 일종의 정부에 대한 저항권 행사라고 받아들여졌지만, 민주화된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시위는 무력행사를 통해 의사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전달하는 소통의 수단이라는 생각을 모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기은·박효목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