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애도 23일 오전 국회 본청에 설치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부 대표 분향소에서 김무성(분향대 앞줄 오른쪽) 새누리당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치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공식 분향소는 국회 대표 분향소와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별 분향소를 포함, 103개(오전 9시 현재)가 설치돼 26일까지 일반 시민 등의 조문을 받는다. 김선규 기자 ufokim@

부패·비리 척결 ‘절반의 성공’
兩金시대 지역감정 등 여전

이념·세대 등 양극화 극복
통합·화합의 리더십 필요

전문가 “민주화 성취 기반
새로운 비전·대안 찾아야”

26일 국회의사당서 영결식

22일 새벽 88세의 일기로 영면에 들어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과제를 던졌다. 김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양김 시대를 이끌며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켰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역대 정권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총체적인 개혁에 나섰다.

군부정권의 재탄생 우려를 불식시킨 하나회 해체,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토대를 일거에 갈아엎어버린 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부동산 실명제 도입, 업보처럼 현대사를 억눌렀던 12·12 및 5·18사건에 대한 심판과 권력형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지역주의·패거리 정치 등으로 대표되는 김 전 대통령 및 측근들의 정치적 구태와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그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실제로 정치권에는 여전히 계보·파벌정치가 남아있고 의회주의는 위협받고 있으며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관료의 권력은 강화되고 있다. 더구나 김영삼정부 말기에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된 신자유주의는 한편으로는 경제위기 조기 극복이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이념·경제·계층·세대 등 우리 사회 모든 영역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 사후 우리의 정치·사회적 과제는 그의 민주화 성취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적·역사적 비전과 대안을 찾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산업화라는 ‘명제’와 민주화라는 ‘반명제’로 갈등을 빚어온 사회를 통합하는 화합의 리더십이 확립돼야 한다. 관치와 공정 경쟁을 막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창의와 기업가 정신이 흘러넘치는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도 해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양극화 해소 및 국민통합을 위한 여러 제안들을 내놓았지만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국민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통합과 화합의 뜻을 받들어 번영과 통일시대를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22∼26일 5일간 국가장으로 치러지며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정해졌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거행된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