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미나 참석 차 서울을 방문한 존 메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정부기관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됐기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경쾌했고 한반도 현안에 대한 그의 발언도 거침이 없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존 메릴이 본 ‘이라크 침공’

―30년 가까이 일했던 INR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에 앞서 근거로 주장했던 대량파괴무기(WMD) 문제에 대해 가장 정확한 진단한 기관으로 명성을 얻었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에너지부도 그렇게 봤다.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에 대해 우리가 분석한 것을 보고했는데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라크의 WMD 보유정보의 신뢰도가 낮다(unlikely)고 봤다. 정보 분석가들은 노(no)라고 단정해 말하지 않는다.”

―중앙정보국이나 국방정보국(DIA) 등 모든 정보부처는 당시 왜 실패했다고 보는가.

“정치 리더십이 일정한 결론을 요구했고 그런 기구들은 그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동료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보고했지만 묵살됐다. 그것이 나중에 큰 실수(mistake)가 되어버린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회고록에는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WMD 보유신뢰도가 낮다고 보면서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는 마치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연설했다고 쓰여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정부에서 일하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은퇴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