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마다 웹 공개 검증’
재고한다 밝혀 또 혼란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공개 방침을 수차례 뒤집어 역사학계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전담하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집필진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지난 한 달 사이 3번 뒤집으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집필에 들어가면 면면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23일에는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에 참석해 “개인적으론 (공개)하고 싶지만, 집필진이 ‘안 되겠다’고 하면 저도 따라야 한다”며 사실상 집필진 비공개 방침을 피력했다. 이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과서 개발 방향 및 집필진 구성, 개발 일정을 발표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대표 집필진만 공개하겠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는 집필진 후보로 떠오른 학자들을 대상으로 국정화 반대 진영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공격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방침이라는 것이 국편의 설명이다.

집필자가 편안한 환경에서 소신껏 집필하려면 반대 진영의 공격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집필진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편이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처음부터 분명한 입장을 갖고 일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역사학계 안팎에서 일고 있다. 집필진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수차례 번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계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국편은 이미 초기 집필자로 정해진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집필진에 대한 공모를 9일까지 하고 20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친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를 믿고 공모와 초빙에 응하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와 국편은 집필 내용을 교과서 한 단원의 집필이 끝날 때마다 ‘웹 전시’ 등을 통해 국민에게 검증받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또 모호하게 바꿈으로써 또 다른 혼란을 키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일 “원고본이 완성되면 동북아역사재단같이 영역별로 특화된 외부 기관의 전문가 검토를 통해 내용 오류, 학술상 이견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기관 검증으로 인터넷 공개 검증을 대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웹 전시를 통해 국민의 검증을 받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르다. 이와 관련,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도 “나온(완성된) 교과서로 국민에게 심판을 받겠다”며 집필 중간 과정에서의 공개 검증은 하지 않을 뜻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