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선관위 사라지고
예비후보 법적지위 상실

선거·정치자금 전문변호사
“입법 공백은 국가비상사태
대통령 긴급명령 발동해야”

국회가 올 연말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한다면 총선 일정은 한순간에 ‘올스톱’된다. 국가적 비상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새 선거구를 선포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입법 공백이 발생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는 현재의 선거구 표가 없어지게 된다. 총선 일정에 맞춰 12월 15일 이후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전면 중단된다. 존재하지도 않은 선거구의 예비후보가 되면서 그 법적 지위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예비후보 등록은 무효가 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할 지역별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예비후보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은 현역 국회의원들과 달리 선거홍보물을 보내거나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할 수도 없다.

선거 비용 문제도 발생한다. 후보자들은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이후 총선 전까지 정해진 액수 내에서 선거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 액수는 선거구별 인구수와 읍·면·동수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후보 등록 이후 선거구가 바뀔 경우 선거비용 액수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이전 선거구에서 쓴 비용과 새 선거구에서 지출하게 될 비용을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 관련 업무와 일정이 모두 중단되는 것”이라며 “특히 정치 신인들은 손발이 묶이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은 “최악의 경우 총선 일정이 연기될 수도 있다”며 “국회에서 하루빨리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획정위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총선 아노미’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입법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황정근 변호사는 “선거구 공백은 일종의 국가적 비상사태로 대통령이 대통령 긴급명령권에 따라 ‘새 선거구’를 선포하는 길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