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될 새로운 선거구 획정 작업이 올스톱되면서 선거구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행 선거구는 오는 12월 31일까지만 법적 효력을 갖게 되고, 그때까지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선거구 공백이라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 작업을 서두르지 않는 채 미루고 있어 향후 선거사무가 정지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하는 새로운 선거구 구역표를 담은 공직선거법이 시행되지 않으면 현행법 상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는 전면 무효가 된다. 2016년이 시작되는 동시에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가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한을 넘길 경우,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총선 일정이 올스톱되는 동시에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선거구 공백은 일종의 국가적 비상사태”라며 “선거구 효력 상실이라는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대통령긴급명령권이 발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을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한 달 넘게 ‘개점 휴업’ 상태다. 지역구 의원 수를 비롯해 의원 정수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는 시한인 11월 13일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도출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