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구 중구 공평로 자작나눔 사무실 1층에 문을 연 사회적기업 제품 전문 판매점 스토어36.5 전경. 자작나눔 제공

탈성매매 여성 안식처로 출발
취약계층 여성에 일자리 제공

6명 자본금 1800만원에 시작
매출 1억5000만원 기업 변신

사회적기업 제품 판매 36.5
전국 67개 매장 ‘성장 큰 기회’

‘자작나눔’은 대구 지역에서 열한 번째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이다. 2007년 대구여성회 인권센터에서 탈성매매 여성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해 2009년 센터에서 독립한 뒤 2010년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육정미 자작나눔 대표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탈성매매 여성의 안식처가 되고, 이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직업의식을 함양해주는 센터의 개념이 강했다”며 “현재는 수익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취약계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 구성원 6명이 500만 원, 200만 원, 50만 원씩 십시일반 보태 자본금 1800만 원으로 시작한 자작나눔은 2014년 매출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육 대표는 “센터 시절 여성에게 할 일을 주기 위해 바느질이나 목공 등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봤다”며 “현재 자작나눔의 사업 아이템인 천연비누와 화장품 제조도 당시에는 판매가 아니라, 활동 그 자체에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쯤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자작나눔은 전환기를 맞게 됐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결심한 이후 비영리 시민단체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부터 대구한의대 한방생명자원연구센터와 여성청결 비누를 개발하는 등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화장품제조 신고를 하고,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미지 크게보기 대구지역 한 중학교에서 진행된 자작나눔의 천연비누 체험 교실에서 학생들이 비누 만들기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작나눔 제공

현재는 녹차, 뽕잎 등 천연재료로 30종류의 천연 화장품과 보디워시, 샴푸, 방향제, 비누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11년 3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화동박람회와 같은 해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의료미용박람회에 참가해 가지고 간 제품이 모두 매진되는 등 대박이 났다. 하지만 곧바로 매출이 느는 효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육 대표는 “비영리 시민단체로 시작하다 보니 회사로서 면모를 갖추는 데만 3~4년이 걸렸다”며 “초기 자본금을 넣은 이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한 뒤 매출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2년 전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명품마루’ 동대구점에 입점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앞으로 명품마루 서울역점에 입점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자작나눔의 올해 목표는 매출 2억5000만 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두 가지 대표 아이템 개발에 주력해 대형 화장품 업체의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제품으로 수출 시장의 문을 두드릴 방침이다. 그는 “이제 막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른 만큼 내년부터는 몇 배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사회적기업 제품 판매점인 ‘스토어 36.5’를 자작나눔이 유치한 것은 앞으로 성장에 큰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스토어 36.5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사회적기업 제품 판매 신장을 위해 운영하는 매장이다. 수도권에 27개, 다른 지역에 4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대구 중구 공평로 보성빌딩에 위치한 자작나눔 건물에 스토어36.5 매장이 생기면서 자작나눔 천연비누와 화장품도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얻게 됐다.

육 대표는 “운 좋게 매장을 유치하고, 우리 제품을 입점시킬 기회도 얻게 됐지만, 무엇보다 매출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경쟁력 강화에 힘써 틀 잡힌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작나눔 제품의 경쟁력은 대대적인 마케팅이나 세련된 디자인보다는 제품 자체의 품질에서 찾을 수 있다. 어설픈 ‘천연’ 제품이 아니라,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진짜 천연제품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자작나눔 화장품은 사용기한이 개봉 후 6개월에 불과하고, 유통기한이 3개월 남은 제품은 판매하지 않고 모두 회수한다.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르면서 진짜 천연 화장품의 길을 고수한 것이다. 육 대표는 “대형 화장품 업체와 비교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 이것이라고 본다”며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오래 두면 곰팡이가 필 정도로 신선한 화장품”이라고 말했다.

대구여성회 시절부터 자작나눔을 이끌어오고 있는 육 대표는 94학번으로 대학 졸업 후 줄곧 전업주부로 지냈다. 한동안 동네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가, 2003년 대구여성회에 몸담았다. 여성회에서 탈성매매여성 복지 차원에서 비영리센터를 운영하는 데 참여했다.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을 만드는 편이 취약계층 여성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육 대표는 “비영리단체 때를 벗는 데 몇 년이 걸렸다”며 “현재는 학원 사업도 접고 자작나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작나눔은 아직 직원 5명, 연 매출 2억 원대의 영세기업이지만, 지역 복지시설이나 학교 등에 화장품 교육 제공 등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규모가 작다고 나중으로 미룬다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선뜻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노인복지 시설에서 비누 만들기, 향기치료 같은 활동을 한다”며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수익의 사회적 환원은 사회적기업이 처음부터 안고 있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